1.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을 내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예술은 거창하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늘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보는 것들이 다 예술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 아버지의 정원이나 다양한 화분들도 모두 일상의 주변이다. 그리고 그 주변들 덕분에 나는 즐거운 예술을 하고 있다.
2.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 재료, 소재 등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전공이 동양화이기 때문에 주로 전통종이를 사용하지만, 표현 재료는 굳이 동양화 재료를 쓰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름 고집하는 두 가지는 전통종이와 먹뿐이다. 색을 표현하는 재료는 동양화물감, 수채화물감, 아크릴, 오일파스텔, 오일스틱 등 다양하게 쓴다. 경우에 따라서 감물이나 치자물 같은 염색용 색감을 사용할 때도 있다. 아직은 천보다는 종이가 좋다. 특히, 장지는 천보다도 더 좋은 느낌이 있다.
3. 작품세계를 구축하는데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상을 바라보고 느낀 첫 느낌. 무언가를 보았을 때 느끼는 첫 감정은 잘 잊히지 않는다. 또한, 그 감정은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꾸밈없고 순수한 첫 시각 감정이 그림으로 표현되도록 애쓰고 있다.
4.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그 작가의 어떤 점을 좋아하시나요?
마티스 –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색채가 작가 본인의 표현 의지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 좋다.
데이비드 호크니 – 호크니의 풍경을 보면 있는 그대로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표현기술의 테크닉을 뽐내지 않고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이인상 – 우리나라 화가 중에는 이인상을 최고로 친다. 이인상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뭔가 자기 자신을 자연이 이입하여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일단 욕심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5. 고양시에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나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가끔 고봉산엘 간다. 천천히 걷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숲 사이로 난 등산로나 산책길이 꽤 아기자기하고 포근하다. 그리 힘들지도 않고 산 주변에는 맛깔스런 음식점들도 꽤 있다. 개인적으로 호수공원 길보다 더 좋다고 본다. 시에서 고봉산 주변에 시립 주차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물론, 환경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은 범위에서...
6. 만약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다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든가 아니면 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시절 연극부에 기웃거리기도 했다.
7. 10년 후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유명하진 않더라도 나름 자기 세계가 있는 작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통해서 뭔가가 되려고 한 적은 없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그림이고 그게 이렇게 직업이 되어버렸다. 앞으로도 계속 이 화가라는 직업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8. 2020 고양작가초대전 옆집예술가展에 참여하게 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런 전시의 기회를 마련해 준 고양문화재단에 감사한다. 작가들이 이런 규모의 전시에 참여한다는 것이 쉽진 않다. 모든 전시가 그렇지만 아무리 많이 준비했다고 해도 아쉬움은 많다. 특히, 요즘처럼 부침이 많은 시기에 리듬도 깨지고, 호흡도 무너지고 참 무기력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이 전시 덕분에 그나마 긴장하며 겨울을 보낸 것 같다. 화가에게 전시란 매년 받는 건강검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스스로 실망스럽지 않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겠다.
9. 그 외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요즘 세상에서의 미술이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술이 아닌 즐기는 기술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그래서 창작자와 감상자가 동일 선상에서 소통하며 호흡할 때 비로소 좋은 미술이 탄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위대한 거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세상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니 그림을 감상하는 감상자들의 수준이 곧 명작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이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 미술가이자 예술가이다. 많은 사람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과 함께 놀며 즐기고 향유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양문화재단의 지역사회에 대한 예술적 공헌은 높이 살만하다. 다만, 그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인 듯싶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즐기는 삶을 지향한다면 지역의 예술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관람객들의 참여가 지역의 시대적 수준을 결정한다. 앞으로도 지역 문화재단 사업의 내용 향상과 성과를 위해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