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회화의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훵케스트라 (Funk + Ochestra)
박유진(고양문화재단 어시스턴트큐레이터)
펑크: funk, 1960년대 등장한 음악장르로, 타악기를 베이스로 이루어진 동일한 리듬을 주로 이루고 있으며, 디스코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 즉, 현대음악의 시작점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홍경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장르 중 하나인 펑크와 고전의 대명사인 “오케스트라(Ochestra”를 합성해 “훵케스트라”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나타냈다.
그의 작품 <훵케스트라>에서는 다양한 선과 색채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며 화면을 빽빽히 채우고 있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화면 안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화면안에 화려한 색채와 화면을 빽빽히 채운 패턴을 통해 현대 대중음악의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리듬을 나타내고자 했다. 2000년대 들어서 대중음악은 귀에 익숙한 리듬의 반복을 통해 대중을 자극하고자 하는 경향을 띄는데 작가는 이를 캔버스 위에 화려한 색채와 다양하고 일정한 패턴을 통해 대중음악의 그러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
<훵케스트라>는 “단순한 리듬의 반복” 이라는 펑크 음악처럼 동일한 구조의 작품 12개가 다닥다닥붙어 그림 또한 반복 연주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사각형의 12개의 캔버스는 모두 각 캔버스의 소실점을 중심으로 모두 같은 구조를 이루며 나란히 매치되어있다. 화면의 정중앙으로부터 음악이 흘러나오는듯한 느낌은 화면 열두개가 모두 다른 음악을 틀어대는 스피커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뿝어져나오는 이 리듬은 각 캔버스마다 상징적인 단어를 그려내는데, 고흐, 섹스, 락, 에이즈, 바흐, 교황 과 같이 역시나 고전을 대표하는 것들과, 현대의 자극적인 것들의 공존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화면의 정중앙에도 물론 고흐, 바흐가 배치됨과 동시에 스타인 프린스와 같은 대중스타가 함께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현대와 고전의 병렬적 배치를 통해 우리 마음속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는 한편, 이성적이며, 긍정적인 면모를 나타내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훵케스트라(Funk + Ochestra)는 미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찾고자하는 작가의 시도인 것이다.
12개의 화면 속에서, 강간, 섹스, 에이즈가 교황,예수와 함께공존하며, 술과 마약과 같은 사회의 금기시되던 것들이 일정한 리듬과 다양한 색채를 통해 뿝어져 나오며 밝은 느낌으로 자리한다. 이는 한 편으로는 네온사인과 같은 광고판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에 어떤 것도 유달리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없다. 모두 다양하지만 반복적이고 동일한 리듬 속에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서 나타난 모든 것이 우리에게 있어 우위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캔버스에서 나타나는 리듬 안에서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캔버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리듬을 보았다면 그 순간만큼은 모두 금기와 클래식 그 모두의 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훵케스트라의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