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작가인터뷰 │ 2021 고양아티스트 365
이승희, Yoga time & she(sound-)time, 259.2cm x 162.1cm, 캔버스위에 혼합재료, 2021
인간과 개 사이의 상호 주관적 관계에 대해 회화적 매체와 함께 탐구한다. '개'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어떤 마음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인간과 개, 개와 개, 개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도 중이다.
한때 인간과 한 시절을 함께 했을 개와 어떤 것들은 더이상 필요 없음의 이유로 버려진다. 특히 개들은 인간에게 무 목적성의 사랑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한 때의 유행처럼 소비되며 가볍게 여겨진다. 마음이 깃든 것에는 사랑과 존중,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이 부여되지만 마음이 떠난 자리에는 무시와 파멸 가능한 대상, 즉 가볍고 낡은 소유물만 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유기견들, 버림당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한자리에서 지독하게 기다리는 개들, 시장에서 몇 천원에 팔리는 종 모를 개들, 개장수에게 ?기다 잡혀 결국 먹혀버리는 개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성 또한 박탈당하고 중성이라는 어색한 성으로 살아가는 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인간이 도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어느 상황을 마주해도 불변하는 영원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색맹인줄 알았던 개들은 사실 색을 본다고 한다. 블루와 그린, 그 사이 어딘가의 색을 본다. 그런 색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니, 이런 마음과 감정에 대해서 움직이고 있다. 굳이 애써 찾지 않아도 동네에서 사연 모를 개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때 카메라를 켠다. '기록해도 될까, 그려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허락을 구해야 하나. 하지만 우리 사이의 언어는 부재하다는 이유로, 초상권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몇 번의 터치로 찍은 찰나의 순간과 그들이 머물던 공간들을 개 사회의 생리를 통해 다시 바라본다.
멍, 멍의 블루한 색과 감정,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는 세계를 다양한 회화적 혼합매체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 작가노트 중
Q1.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개 다섯 마리와 함께 살면서 개가 선사하는 변하지 않는 마음과 사랑들이 낯설고 크게 다가왔다. 인간과 가축의 역사 속에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오고 있는 개와 인간이 갖는 특별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회화적 매체와 함께 탐구하고 있다.
Q2.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 재료, 소재 등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개와 개, 개와 사람, 그리고 개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회화적 매체와 함께 페인팅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Q3. 작가님의 작품은 푸른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색맹으로 알려진 개가 사실은 색을 본다고 한다. 블루와 그린, 그 사이 어딘가의 색을 본다. 블루라는 색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1, The object is closer than it appears, Side mirror, 2020
Q4. 반려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개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는 역사 속에서 가장 먼저 인간과 관계를 맺고 현재까지 함께 살아오고 있는 동물이다. 개나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관련 사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동물과 인간이 완벽히 평등한 관계를 가질 순 없겠지만 부분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다른 종과 타자에 대해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보편성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다.
Mask series(KF 94),various materials on Hanji, 80.5x75.5cm,2021
Q5. <Mask Series(KF94)>와 같은 시의성이 있는 작품들도 눈에 띄는데요, 이런 주제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또는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마스크 밑에서 비를 피하는 개의 모습이나 둥둥 떠다니는 마스크 돛단배를 좇아가는 개들의 모습이다.
한때 인간과 함께 했던 사물과 어떤 것들은 더이상의 필요 없음의 이유로 버려진다. 간절히 우리의 삶에서 필요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쓰레기로 전락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생명이 유행처럼 가볍게 소비되는 현상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쓰던 마스크들이 길가에 버려진 모습이 비슷한 처지처럼 느껴졌다.
복수는 우리의 것,varlous material on Hanji,70x70cm,2021
Q6.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인간과 개의 관계성, 그리고 다양한 개들의 삶들을 여러 회화 작업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매일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개에 대한 많은 이슈들,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인간 사회의 어느 문제점과 가볍게 여겨지던 개의 마음들에 대해서 고민했다.
Q7. 지금까지 해온 작업과 최근의 경향, 또는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점에 집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온수 공간에서의 첫 개인전 때의 작업은 개와 관련된 일상적 소재와 회화적인 매체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했다.
주로 인간 사회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폭력성을 개들 사회의 생리활동과 대비시켜서 보여주는 전시였다.
을지로 of의 전시에서는 어느 감정 덩어리를 ‘블루’라는 단위라고 부르며 세 명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전시였고 나의 작업은 반려견인 시월이 이야기와 도축이 이루어지는 개들, 그리고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기견, 들개, 개 농장, 그리고 가벼운 것들에 초점을 두었다.
Shadow series 1, varlous material on Hanji,70x70cm,2021
Q8. 앞으로의 작업 및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서울문화재단의 BENXT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신과 개의 마음’이라는 키워드로 개가 선사하는 초월적인 마음에 대한 프로젝트이다. 기존에 진행했던 페인팅 작업과 더불어 새롭게 조각이라는 매체에 도전하고 있다. 개가 지닌 상징성과 인간과 함께 해온 역사, 여러 문화권의 설화와 상상을 바탕으로 유쾌하게 풀어낼 계획이다. 12월에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릴 전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Q9. 2021 고양아티스트 365에 참여하게 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도 작업을 열심히 하겠다.
Q10. 그 외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우리 삶 주변의 개들, 그리고 반려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
2021 고양아티스트 365展 여섯번째 참여작가
이승희
2021.08.12. ~ 23.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제3전시장
[개인전]
2020 블루아이, 온수공간, 서울
[단체전]
2020 BLUE, 을지로OF, 서울
2018 BA Degree show, CG11, London, UK
2018 Butterfly Effect, OXO Tower Wharf, London, UK
2018 Interim Show, Cookhouse, London, UK
2017 Translation, Triangle Space 3, London, UK
2017 Meet me in Canvas, 5th Base gallery, London, UK
2017 Finest Artists, La Galleria Pall Mall, London, UK
인터뷰 │신주희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편집·촬영 │이해리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