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이 그림

20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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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 그림

Untitled, 2007, oil on acrylic board, 80x100cm

이호인

1980년 서울출생
2008, 2009 한국예술종합대학 미술원 조형예술사 및 전문사 졸업

개인전
2009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갤러리선컨템포러리,서울

단체전
2008 "walking magazine-walks", 고갤러리, 서울
"화음 프로젝트 Op.59", 대안공간 루프, 서울
"프라이버시", 대안공간 루프, 서울, 싱가포르,
Amstelveen(네덜란드) 외 다수

이호인은 원시의 자연을 주로 그려왔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면 순수함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난다. 마치 친숙한 본성처럼 말이다. 이것이 그의 그림이 주는 매력이다.

바닷물의 투명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아크릴 위에 유화로 그린 그림의 사이즈는 별로 크지 않다. 그가 은밀히 꿈꾸는 순수한 섬들에 대한 2차원 위의 환영은 대단한 크기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인간은,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그리고 이제는 편리함을 위해 더 많은 기술과 개발을 원한다. 그러나 흔히 진보라고 말해지는 욕망의 실현은 인간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그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예 멈추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도 하다. 그러나 생명 발원의 본래적인 형태인 원시자연의 순수함에 대한 동경은 편리함에 대한 욕망과는 별개로 강렬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틈만나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싶어하고 그 속에서 숨쉬기를 갈망한다. 나아가 상당수의 도시인들은 노년에 자연으로의 소박한 귀농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이제 원래의 ‘자연그대로’ 남아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조금만 시선을 옮겨도 인공물이 부조화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의 표현처럼 ‘인간이 탐험해야할 미지의 땅’이란 이제 없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지구를 작은 공처럼 쉽게 둘러보고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것이 작가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숨막히게 한다. 과학자 칼 세이건의 지적처럼 먼 옛날 우리의 선조는 광할한 우주의 일부인 원시지구를 탐험하며 유목하던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쏟아지는 별빛아래에서 잠들었으며 다른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스스로 만들어낸 문명과 전문화라는 획일화된 방식 속해 갇혀 머리위의 하늘조차 올려다볼 여유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사회가 한 인간을 정의내리는 방식은 우리와 이 행성의 미래를 궁지로 몰고 갈 산업발전의 논리와 정확하게 맞물려 있다.

원시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그 곳에 획일화된 질서란 없어 보인다. 다양성 속에 코스모스의 논리가 숙명처럼 펼쳐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원래는 그러한 것이 아닐까? 그처럼 있는 그대로 함께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호인의 그림 앞에서. 자연 속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서 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는 작가의 바램을 느껴본다.

-글 김언정(고양문화재단 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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