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임희중 작가는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동물'을 그렸다. 멸종위기에 당한 동물, 동물원에서 어딘지도 모를 고향을 처연히 그리워하는 동물들. 이 동물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임희중 작가는 매일 붓을 들어 동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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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을 그리다
; 대상의 이면을 바라보며


임희중 작가는 90년대부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는 매일매일 세상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사진과 회화를 넘나들며 작업 형태를 갖추었고, 영화의 장면을 겹겹이 쌓아 붙이며 비디오를 평면으로 옮겨 작가 본인의 가치관을 표현해내었다.





“작품세계에 영감을 주는 것, 제가 느끼기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인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것. 거창할 건 없고, 특정한 것이 아닌, 제가 경험하고 만나는 모든 것 중에서 연상되는 것이 저에게 영감을 주고요. 제가 경험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서 찾아가고 있지만. 처음에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생태를 관찰하고 관심을 가졌어요. 인간에게서 감동을 느끼는 것을 주제로 계속 작업을 해왔어요. 말씀드렸듯, 과거에 영화, 사진, 필름에 대한 작업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장면들을 찍었는데, 작품 속의 배우와 의도가 다른 새로운 장면을 얻기도 했죠. 제가 정한 주제에 맞게 공통적인 연상을 주는 영화 장면들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만들곤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영화를 많이 봤는데, 안토니오 미켈란젤로 감독의 이란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와요. 광대들이 나와서 테니스를 치는데, 중간에 공이 떨어져서 어디로 막 굴러가는거예요. 그런데 광대가, 분명 공이 없는데 그걸 다시 주워서 테니스를 치는 것처럼 마임을 한단 말이죠.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나요. 보이지 않는 공을 보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 아니고,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거짓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이 아닐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할 때 어떤 언어나 단어로 이해하기만은 힘들잖아요. 그 사람의 눈빛, 표정, 제스처 등 모든 것을 포함하며 의사소통을 하잖아요.”





“동물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동물을 보며 여러 가지를 유추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동물을 바라볼 때는 그들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의 시선으로, 인간중심으로 보고 상상하고 유추하잖아요. 동물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이면에 있는 부분들에 대한 묘한 신비로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더 풍부하고 많은 이야기를 그려내려고 했어요. 동물의 다른 모습.
저는 동물원에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조용한 때에 가는데, 묘하게도 동물원에 가면 꼭 (동물)친구들이 이렇게 나를 바라보는 때가 있어요. 꼭 동물원이 아니더라도, 길거리나 어느 장소에 갔을 때 우연히 마주치는 동물들이 쳐다볼 때가 꽤 많아요. 그러면 그 때 친구들에게 받았던 느낌, 순간에 했던 연상들, 서로 눈맞춤했던 기억을 표현해내어 그리는거에요.”






- 동물의 어떤 다른 모습을 말하는걸까?

“동물을 그릴 때 처음 시작했던 계기는 동물들의 포트레이트(portrait).
동물의 초상을 하나씩 기록하는 의미로 동물원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한 컷씩 찍어 기록에 남기거나, 초상화 그림을 하나씩 그리자는 개념이 기본 컨셉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동물을 그려내려고 하니까, 동물원 안에 있는 배경이 우울하더라고요. 그래서 묘사같은 개념이 아닌, 한 마리가 짓는 여러 표정을 합성해서 (두 마리를 더 그려)형제로 만들는 등 스토리텔링을 하기도 해요. 또 이 친구들의 배경을 바꿔 그리기도 하는데, 동물원에 오지 않았다면 살고 있을 만한, 또는 이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배경을 그려요. 만약 자연에서 살았으면 좋았을. 이렇게 한 컷 한 컷 기록의 의미로 초상을 남기는 거죠. 경우에 따라. 이런 의도를 인위적이지 않게, 다만 재미있게 조금씩 만들어 그려내고 있어요.”





​- 작품 중에 <복제-늑대> 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 이야기도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복제, 줄기세포 관련해서 도덕적, 윤리적 이슈가 많이 생겼었어요. 이런 이슈가 생길만한 작업을 하는 작가님들이 계시는데, 작가님들 중에서도 이런(도덕적, 종교적) 이슈를 다루는 작업을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 당시에는 자극적인 퍼포먼스가 유행이었지만, 제 작업 스타일과는 안 맞다고 느꼈어요.
 저는 그 무렵 환경, 인공, AI 등 자연을 인공적으로 바꾸는 기술에 더 관심을 가졌어요. 그래서 그 뉴스를 듣고 바로 다음날 동물원에 가서 늑대를 막 찍었어요. 복제와 같은 생명에 관련된 기술들은 앞으로 계속 논의가 될 문제니까... 동물을 바라볼 때 복제와 같은 기술에 집중하지 말고,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바라보자. 이런 마음으로 이 친구들을 기록해보겠다. 그래서 그때 이 늑대를 그리기 시작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동물그림을 그리게 되었죠.”





수백장으로, 단 하나의 작품을
; 작업에 대한 준비


​- ​임희중 작가는 동물의 현실과 꿈을 조화롭게 섞어 결과물로 나타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과거에 사진을 활용한 작업을 할 때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앵글, 색감을 그림으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구상을 미리 한 후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통해 그림작업을 진행하는거죠. 중학교 때 처음 기계식 카메라를 갖게 됐는데, 카메라의 조작에 따라 결과물이 다 다르게 나오니까 흥미가 붙어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어요. 지금이야 바로 확인하고 지우는게 가능하지만, 그 때는 필름 36롤짜리 하나 넣으면 딱 36장만 찍을 수 있었어요. 이 36장이 모두 작품이 되도록 정말 노력을 많이 했었죠.
 사진이라는 디지털적인 작업에서 물감을 칠하는 것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수작업으로 되돌아가니,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담아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계속 이어져서, 동물을 그릴 때도 동물과 배경을 따로 합성하기도 하고, 원본 그대로 사용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동물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니면서 동물 사진과 배경 사진을 합성하는 작업을 2~3년간 했어요. 제 그림의 재료를 만드는 겁니다. 제가 할 작업의 구상을 이미 마친 후에 작업을 위한 밑재료를 만드는 과정이 2~3년 걸린거에요. 중간에 한번 컴퓨터에 이 자료들이 다 날라간 적이 있었지만요...(웃음)”





수백장으로, 단 하나의 작품을
; 작업에 대한 준비

“특정한 건 없어요. 다만 제 작업이 구상작업인데, 구상이라는 건 지나가는 사람과 마주치고 이야기하듯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상이 추상도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동물은 (우리가) 알기 쉬운 것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 작품을 통해서 동물과 마주하고, 때로는 눈맞춤하며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마주했던 기억들을 연상하셨으면 좋겠고. 때로는 환경 문제와 연관해 연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강아지 같은 그림을 보면서 자기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생각할 수도 있고요. 결국은 보는 관객들이 알기 쉽게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유추해서 제 작업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제가 느꼈던 감정이 관람객들에게 전달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동물은 환경적인 것과 맞물려 있어요.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서로 상생하고, 더불어 같이 잘 살기를. 인간이 계속 생존하고 살아가고 싶어하듯이, 동물들도 당연히 그러고 싶겠죠. 그래서 동물이 하나도 멸종되지 않고, 우리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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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옆집예술가>展 온라인전시와 인터뷰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임희중 작가인터뷰 : https://youtu.be/tbLLPNNF6EM 
온라인 전시 : https://youtu.be/v7PF-yq4N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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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박유진(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이해리(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편　집│박유진(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이해리(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영　상│이해리(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