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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그림을 접하는 사람들은 다소 이상한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젊은 여자가 가슴을 드러낸 채 늙은 남자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은 에로틱하거나 혹은 외설스럽단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 그림의 주제는 고대 로마 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쓴 7권의 책 중 로마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책에 쓰여진 ‘Roman Charity'(로마식 자애), 부제로 Cimon and Pero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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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제목이기도 한 Cimon과 Pero는 그림 속의 노인과 젊은 여인의 이름으로, Cimon은 젊은 여인인 Pero의 아버지다. 그는 “죄인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명령을 받아 감옥에 갇힌 채 굶어 죽어가던 죄수였다. 이때 아버지를 몰래 면회한 그의 딸 Pero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젖이 흐르던 상태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고, 자신의 젖을 물린다. 이를 보고 감동한 간수들과 이 사실을 전해들은 로마법정은 Pero의 효성에 감동하여 Cimon을 석방한다는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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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로마식 자애’ 이야기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과 사랑이라는 교훈적인 감동을 담고 있는데, 당시 유럽 기독교의 금욕주의가 팽배했던 시대에 ‘여성의 몸’과 ‘성’을 예술로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 이후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여러 화가들에 의해 그려지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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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고 있는 이 그림은 그 중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인 피터 폴 루벤스의 <Cimon and Pero>이다. 이 그림은 인터넷 상 <노인과 여인>이란 제목으로 떠돌기도 했는데 실제론 1630년 루벤스에 의해 그려졌으며 현재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루벤스는 ‘Roman Charity'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그림을 그렸으며, 감옥 안에서 자신의 젖을 물리며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려는 젊은 여인의 헌신적 사랑을 표현냈다. 잠시 그림의 오른쪽 면을 보자. 루벤스는 특별히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이러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두 명의 간수를 더했다. 이처럼, 루벤스는 장면을 지켜보는 간수를 더하여 그만의 특색인 극적인 그림 구도를 완성하였으며, 명암의 색채감을 활용, 육체적 특징을 강조하는 한편, 힘찬 역동감을 더하며 그림을 더욱 연극적이고 풍만하게 만들었다. 여러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같은 주제의 이 그림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만의 특색인 바로크 미술의 감각적인 풍만함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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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설이냐, 효심이냐”와 같이, 같은 그림을 보고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하듯, 같은 소재를 갖고도 그리는 화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온다. 한번쯤 Roman Charity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찾아보고 루벤스의 그림과 어떻게 다른 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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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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