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모리타 시류(Morita Shiryu)
전통으로 아방가르드 전선을 돌파한 서체화가

 Morita Shiryu, Ryu wa ryu wo shiru (Dragon Knows Dragon), 1969

모리타 시류(Morita Shiryu, 1912~1999)는 대형 브러쉬를 사용한 일본의 대표적인 전후 아방가르드 서체화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동양의 서예 전통과 서양의 추상표현주의 경향을 결합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이 둘을 결합시킴으로서 동서양의 지역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체예술(Calligraphy)’라는 하나의 특별하고 보편적인 국제적 예술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는1950년대와 60년대에 Pierre Alechinsky과 Robert Motehrwell 등과 접촉하면서 유럽과 미국 추상회화에 영향을 주었다. 1953년 서체예술 최초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 Museum of Modern Art)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1970년에는 캐나다 국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990년대까지 세계를 돌며 전시를 했다.

그의 예술세계가 의미 있는 이유는 일방적으로 서양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거나, 동양의 전통만을 추구했던 것이 아닌 양쪽의 상호교류 속에서 전혀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전통이 깊은 동양의 ‘서예’장르에 대한 접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달라졌는데, 이전에는 글씨 그 자체의 의미와 획에 의미를 두었다면 전후에는 서체자체를 하나의 추상적 ‘표현 형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자에 내포된 의미에 대한 중요도보다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서 서체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 모리타 시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동양의 전통을 기반으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장르로서의 서체예술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특히 그의 작품 속에는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적인 요소들보다 더 기저에 깔려 있는 동양의 서예 전통이 있다. 무엇보다 전후에 서양에 대한 반발심보다 교류에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경향을 균형 있게 결합했다는 것이 그의 예술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전통과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의 문제는 전후에 서양의 예술이 물밀 듯이 들어왔던 시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서양의 미술사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물론 필요하지만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곳, 동양의 역사와 특색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우리의 미술, 나아가 동양의 미술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한 점에서 모리타 시류의 동서양 예술에 대한 생각은 설득력을 가진다. “나는 나의 예술이 동양과 서양, 양쪽에 다리를 걸친 하나의 무지개(rainbow)가 되길 원한다.”

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안주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