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리뷰

원래 레퀴엠의 '라 크리모사'를 좋아합니다. 웅장하고 강렬한 음악이 아주 인상깊어서요. 하지만 레퀴엠을 구성하는 다른 곡들에 대한 애정은 아직 없었고 실제로 '라 크리모사'를 라이브로 들어본 적은 없기에 가족과 함께 관람하러 갔습니다.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br/><br/>레퀴엠이 시작하기 전에 프로그램 구성 상 '그리그'의 '오제의 죽음'이 나오는데요, 강렬하고 큰 사운드 없이도 얼마나 누군가의 죽음을 진지하고 슬프게 표현할 수 있는지 잘 느낄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초반부터 이 곡 덕분에 큰 감동을 받고 시작했습니다.<br/><br/>레퀴엠은 누군가의 죽음, 즉 장례식을 위한 미사곡이라고 배웠습니다. 서양 크리스챤의 장례식에 참여해 본 적은 없지만 유명인사가 죽으면 그들이 장례를 치를 때 대성당에서 전통과 종교방식을 지켜 장례식을 치르는 영상이나 사진을 본 적은 있는데요, 이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마치 제가 그런 크고 웅장하고 압도적인 서양식 크리스챤 장례식을 직접 지켜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br/><br/>장례 미사곡인데 관람객인 제가 마치 누군가의 장례 미사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 공연은 제게 아주 성공적이고 인상적인 선택이었다는 뜻이겠죠. 특히, 악기를 연주해주신 분들과 합창단분들의 소리가 매우 아름답고 깔끔하며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솔로 알토분의 노래소리가 개성있으면서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게 느껴져 좋았습니다.<br/><br/>죽음과 끝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해준 좋은 공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