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리뷰

사람들은 박선기의 An Aggregate 시리즈에서 수묵산수화를 느끼거나 질박한 먹선을 느낀다고 한다.<br/> 숯과 먹이 탄소덩어리로 성분이 같아서 일까? <br/> 박선기의 집합체들은 먹으로 그린 것은 아니지만 먹으로 그린 것 같아서 드로잉 조각으로 분류되나 보다.<br/><br/> 사람들은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먹선의 농담에 관심을 가진다.<br/> 여백은 그리지 않았으나 그림과 어울어지면서 크기와 한계를 제한 할 수 없어서 의미 있지만  <br/> 먹선에서 보여지는 여백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br/> <br/>붓이 지나갔으나 지나간 흔적이 끊어지거나 없어진  흔적 만을 남긴다. <br/>그런데 그 최소한의 흔적이 보여주는 속도나 에너지는 각양각색이다. <br/>에너지의 량과 그것을 끌고 가는 추진력이 모두 충만한 경우도 있으나 <br/>대개 먹선의 여백은 끈김과 연속이라는 모양으로 생산된다. <br/>즉 에너지와 추진력 어느 하나가 소진되거나 아니면 중단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br/>바꾸어 말하면 써내리던 먹물의 다함을 힘으로 끌고 가던지 아니면 <br/>써내리던 추진력이 다해 다시금 힘을 모으는 재충전의 쉼을 포함하던지 <br/>아니면 힘이 넘쳐 조절하는 공간으로서의 여백이다.<br/><br/> 이런 것들에서 사람들은 에너지의 소장을 읽고 싶은 것일 것이다. <br/>검은 먹선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소장을 낱낱이 보여주는 화선지 <br/>화선지의 민감함을 예의주시하면서 힘과 쉼을 조절해가는 것에서  "힘의 색체학"을 읽으려는 것일 것이다. <br/> 나아가 가늠할 수 있는 먹선의 여백을 통해 힘의 크기와 속도를 파악하면서 <br/> 아마도 나는 너의 힘을 알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br/> <br/> 그러나 에너지가 없어도 가야할 때는 가야하고 에너지가 많아도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하는 그 이치를 알아 아름다운 먹선 처럼 조절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은 소원을 오늘도 빌며<br/>...................................................<br/>  <br/> 그런데 박선기는 작은 숯덩어리를 모아 그 힘의 소장을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다.<br/> 물론 힘의 조절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할 지라도 ''숯조각''으로 <br/> <br/> 여기는 충만하게 <br/> 여기는 빼고 <br/> 여기는 소소하게 <br/> 여기는 그냥 넘어감<br/>    으로 힘의 크기와 조절을 "나열"하면서<br/> <br/>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끊어지면 안되는 실을 소재로 하였다. <br/> 그리고 그 실은 필연적으로 바늘 귀와 단추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br/> 사람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실과 바늘과 단추의 힘의 미학은 어떻게 되었을까?<br/> 바늘은 왜 사람의 손을 떠났으며 공중에 던져진 바늘과 실의 힘은 어떻게 요동칠 것인가?<br/> 그리고 정면에 똑바로 버티고 있는 단추는 어떻게 어디에 달릴 것인지?<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