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리뷰

피아노 앨범으로만 만난 아쉬케나지는 고집스러운 할아버지일 것 같았다.<br/>음반으로만 만나왔던 그가 한국에 찾아온다고 했을때, 다른 일은 몰라도 열일 제쳐두고 <br/>꼭 그 분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br/><br/>아람음악당에서 내가 만난 아쉬케나지는 그동안 내가 상상속에서 그려왔던 사람과는 달랐다.<br/>조금은 작고 외소했으며, 뭐랄까... 그냥 우리동네 놀이터에 나와 앉아있는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이미지였다.<br/><br/>연주가 시작되었고, 한창 젊었을 때와는 다른 조금 연륜과 여유가 느껴지는 연주.<br/>그리고 삶이 녹아져있는 듯한 그의 연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br/>협연자 김선욱을 "나도 한때는 그랬어, 내가 판을 벌려줄테니, 한번신나게 놀아봐~"라는 식의 그의 넓은 품을 느낄 수 있었다.<br/><br/>인터미션 후 2부의 시작은 베토벤의 운명.<br/>다소 고루한 레퍼토리였지만, 그날의 최고는 바로 운명이었던 것 같다.<br/>세상살이 다 겪어본 늙은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운명’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며 어떠한 상황과 현실일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용기 있게 살아가라는 응원의 메시지같았다.<br/><br/>오랜만에 음악회를 찾은 우리 세 식구가 각자에게 소망을 품고 돌아온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