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리뷰

며칠전부터 오랜만에 호두까기인형을 다시 관람할 기회를 얻어 설레면서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십팔년전 순전히 태교를 위해 난생처음 호두까기인형을 예매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내내 푹 잤다. 맞벌이, 26개월차 아이 육아, 밀린 잠이 빚어낸 참사였다. 한편으로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기에 내 교양이 좀 부족하지않나 싶기도 했다. 올해 우연한 기회에 고양아람누리와 인연을 맺게 되어 조씨고아, 투란도투 훌륭한 두 공연을 보고 2023년의 피날레를 호두까기인형으로 마무리하며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깰 용기를 가져보았다. 실은 공연중에 잠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보고싶은 장면에 대한 유혹이 컸다.    십팔년전 12월 마지막 주말 나의 신랑, 지금은 세아이의 아빠는 회사 워크숍을 간다고 집에 없었다. 캄캄한 밤 창밖에 희끗희끗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세살짜리 아가와 배가 불룩한 임산부는 아빠없는 까맣고 추운 밤이 무서웠다. 나는 거실 오디오로 호두까기인형, 바로 며칠전 나를 재웠던 그 음악을 크게 틀고 적막함과 외로움을 이기기위해 아가의 발을 내발위에 올리고 뒤뚱거리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하나둘셋 둘둘셋. 춤이라고는 막춤도 출줄 모르는 내가 밟는 스텝에 아기가 입을 헤벌리고 나를 잡은 두손을 음악에 맞춰 흔들었다. 아기의 따스한 손, 나를 바라보는 기대에 찬 미소, 박자에 맞춰 움직일때마다 데워지는 몸의 열기. 적막이 사라지고 창밖은 하얀 눈발이 펑펑 쏟아졌다. 그때 흘러나온 아름다운 음악. 호두까기인형 1막 끝에 나오는 눈꽃왈츠, 발레곡으로는 특별하게 합창이 편곡되어 피어나는 눈송이를 환상적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곡이다. 외롭고 어두웠던 연말의 그 밤을 환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그 음악과 춤에 대한 추억때문에 나는 눈꽃왈츠를 막춤이 아니라 실제 발레로 보고 싶었다.   결과는...잠들지않았다. 무대세트는 웅장하고 화려하고 환상적이었다. 망토에 새끼쥐를 주렁주렁 달고 나타난 쥐대장. 역겨워하면서 몰입해서 봤다.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은 어쩌면 그리 다  예쁘고 날씬한지. 그리고 기다렸던 눈꽃왈츠. 눈의 요정들 군무위로 쏟아져내리는 하얀 눈송이의 몽환적 연출. 흐믓했다.    인터밋션 뒤 이어지던 2막. 스페인춤.아라비아춤.중국춤.러시아춤.그 유명한 꽃의 왈츠. 그리고 클라라와 왕자의 그랑 파드되. 춤이 끝날 때마다 열렬히 박수하느라 손바닥이 빨개졌다. 혹시 잠들까봐 1층 A블럭 1열 1번으로 좌석을 티케팅해 날 긴장시키려던 노력이 필요없을 만큼 재밌었다. 한편의 공연을 올리기위해 무수한 날들을 연습하고 합을 맞추었을 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드리고싶다. 멋진 공연 감사드립니다.    잠들지않아서 의기양양해진 탓인지 다음번 고양아람누리에서 막을 올리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도 도전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