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고봉동 - 고봉동과 한씨 미녀 이야기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서로 대치하던 삼국시대, 일산은 백제의 영토에 속해 있었습니다. 일산의 중심에 자리 잡은 고봉산은 매우 중요한 요새 겸 요충지로 고구려는 늘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당시 이곳에는 '한주'라는 꽃처럼 아름다운 미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백제를 정탐하기 위해 잠입한 고구려의 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청춘남녀는 처음 만난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져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백제 땅에서 모든 임무를 마친 고구려 태자는 후일 만날 것을 기약하고는 고구려로 돌아갔습니다. 고구려로 돌아온 태자가 곧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고구려의 '안장왕' 입니다.
한편, 백제 땅에 남은 한주는 그 아름다움이 널리 소문나 지방의 태수로부터 청혼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한주는 이미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기에 승낙할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누구냐는 태수의 물음에 대답을 못하자 "네가 장래를 약속한 사람을 밝히지 않는 것을 보니 적의 첩자와 장래를 약속하고 내통한 것이 틀림없다."며 한주를 옥에 가두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고구려의 안장왕은 '을밀'이라는 장수에게 용감한 병사 20명과 함께 한주를 구하라고 명하였습니다. 을밀 일행은 신분을 숨기고 백제에 잠입한 후 백제 태수가 생일을 맞아 큰 잔치를 벌일 때 기습하여 태수를 죽이고 한주를 구출하였습니다.
대군과 함께 국경에 주둔하다가 이 소식을 들은 안장왕은 크게 기뻐하며 한시 바삐 한주를 만나고자 하였고 구출된 한주도 빨리 안장왕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높은 산에 올라 봉화를 밝혔습니다. 이때 봉화를 밝힌 산이 바로 고봉산입니다. 이후 안장왕과 한주는 감격적인 재회를 하고 혼인을 맺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