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백석동 - 용채이 벌판의 흰돌과 아기 이야기
옛날 고양시의 각 마을들이 처음으로 이름을 짓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 입니다. 다른 마을들은 모두 어엿한 이름을 지어 쓰고 있었는데, 한강 옆 용채이 벌판 윗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3년이 되도록 마을 이름을 짓지 못해 이웃으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해 여름, 큰 홍수로 한강의 물이 갑자기 불어났는데 물 위에서 이상한 물체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떠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빛은 더욱 밝아졌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신기한 물체에 이끌려 물가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이상한 물체는 옹채이 벌판의 윗마을 강가로 밀려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반짝거리는 물체는 다름 아닌 흰 돌이었습니다. 그리고 돌 위에는 발가벗은 어린 아기가 올라앉아 조용히 웃고 있었습니다. 하얀 돌은 그 이상한 빛 때문에 매우 신비하게 보였습니다. 하얀 돌과 어린 아기는 물결을 따라 용채이 벌판을 몇 바퀴 돌더니 마을 옆 도당산 끝에 걸려 멈추었습니다. 그 순간 한달 내내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그토록 넘치던 물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괴이한 광경에 신기해 하면서 분명 하늘의 신령님이 보내주신 길조라면서 흰 돌과 아기를 마을로 데려와 돌보아주기로 하였습니다. 마을 이름도 백석(白石)이라 정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백석마을은 날로 번성하고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하얀 돌과 아기에 얽힌 소문은 이웃 마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소문을 들은 옆 마을의 혹부리 영감은 이를 시기해 백석마을 사람들 몰래 아기를 자루에 담아 한강에 버리고 바위마저 깨뜨려 버렸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와 벼락이 치더니 혹부리 영감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후로 백석마을도 점차 쇠락해져 예전의 부귀영화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또 언제 올지 모를 흰 돌과 아기를 기다리며 부지런히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이 흰 돌은 255년 전 조선 영조 시절에 편찬된 고양 군자에 진작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을 위한 도당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안녕을 빌어 왔는데, 지금도 음력 3월이면 '하얀 돼지'를 올리고 여인들까지 참여해 당제를 지냅니다. 백석은 일산 신도시 개발 중에도 무사히 보존되어 지금도 일산 병원 뒤 작은 개천 옆에 다면 넓이 1.5미터, 높이 1.2미터의 흰 돌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