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바다로의 여행, 부산비엔날레
이지윤(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 큐레이터)
올해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에 부산현대미술관이 새롭게 개관했다. 그 동안 동 부산에만 몰려있던 관광과 문화 인프라를 서 부산까지 확대하겠다는 부산광역시의 야심찬 의지가 엿보인다. 바다미술제와 국제아트페스티발을 시초로 2001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부산비엔날레가 바로 새로 생긴 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분열된 영토’로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ed We Stand)>라는 제목으로 전해 진다. 이 땅에서 수 많은 국가들이 전쟁이나 식민지화, 적대적 외교 관계 등에 의해 분단되고, 같은 민족끼리 살던 지역도 분열을 겪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열이 눈에 보이는 영토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영토가 분열, 분할되는 과정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심적 경향이 이러한 분열을 초래하는가? 즉, 지구상의 수많은 분할된 영토를 심리적 차원에서 재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권력이 이 세계를 지금의 양태로 직조하고 장악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그 과정 속에서 분열 및 분할이 한층 강화되거나 약화되었는지 고민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심리와 영토,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형태의 분쟁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특별히 이 논의에 가장 부합하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패트릭 블랑 Patrick BLANC
Vertical Garden
Museum of Contemporary Art Busan
2018
여러 차례 부산을 방문했어도 대개 사람들에게 을숙도는 익숙한 곳은 아닐 것이다. 대중교통도 잘 닿지 않지만, 주말에는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낯선 길을 지나 현대미술관 앞에 도착하자 때마침 건물 외벽엔 개관 전시 중 하나인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을 만났다. 천연기념물 제179호의 을숙도의 장소적 특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에바 그루빙어 Eva GRUBINGER
군중
2018
비엔날레 관람권을 사고 들어가자마자 1층 오른편에 있는 제 1 전시실앞에 공항 체크인 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바쁘더라도 이 길로만 지나가게 되어 있다. 그런 의도로 만든 작가의 작품이므로… 관객은 통제되어 지루하게 구불거리는 통로를 지나가게 되고, 이로써 미술의 미학적 경험은 공간을 분할시켜 마치 물류를 관리하듯 수많은 인체의 흐름을 경제적, 정치적 용의에 맞게 구조화하는 과정을 상기 시킨다.
전시장 안에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작품 2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재미난 작품들이 무려 89점이 남아 있으니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주는 ‘낯설게 보기’, ‘다시 보기’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조금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현대미술과 함께 가을 문화나들이 하시길 바랍니다.
임민욱 Minouk LIM
설치 작품 부분
2018
임민욱 Minouk LIM
설치작품 부분
2018
임민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보여주는 미디어 작품은 관람객의 시선을 확실히 끈다. 작가는 TV 뉴스룸 세트장을 조성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방영 기록물인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와 박정희와 김정일, 남북한 두 지도자의 죽음 앞에 통곡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작가는 2015년 KBS가 이산가족 상봉 생방송 상영 분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하여, 1983년 당시 실제 방송 참여 인물이나 상황들을 마네킹으로 대체하고 재현했던 사례를 참조했고, 이산가족들이 사용했던 여러 오브제를 소환했다.
천민정 Mina CHEON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
2018
초코파이가 가득 쌓여 있는 관객 참여 형 설치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천민정 작가. 민족주의적 프로파간다 이미지를 시각적 언어로 환기시키는 동시에, 이를 패러디하여 북한에사 인기 있는 암거래 품목인 ‘초코파이’를 팝 아트 스타일로 설치했다. 전시된 초코파이는 관객들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작가는 권력으로 좌우 되는 정치의 경직성을 대중문화라는 매개를 통해 장난스럽게 가볍게 풀어 내고 있다.
2018부산비엔날레
비록 떨어져 있어도
기간 : 2018.9.8. - 11.11.
장소 :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