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 밖에 없는데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길” -(황진이의 ‘상사몽(相思夢)’ 중에서)
봄향기 품은 미술관에서
조선왕조의 사랑을 읊어보세요.
무채색의 겨울을 뚫고 화려하게 번지는 봄기운처럼 조선왕릉 주인공들의 사랑의 전설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2010년 아람미술관은 봄특별전으로 조선왕릉이라는 역사적 모티브에서 출발해, 조선왕족의 삶, 열정,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주제로 해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작품을 선보이는 <왕릉의 전설>전을 열고 있다.
& 예술가의 열정이 되어준 조선 왕족의 사랑이야기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숙종의 또 다른 후궁, 동이(숙빈 최씨)가 최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동이는 천인의 신분이었지만 긍정적인 성격과 지아비를 향한 풋풋한 사랑을 지켜내 후에 자신의 아들을 임금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한, 조선 역사상 가장 행복한 후궁이었다. 흔히 숙종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장희빈을 대신해 우리의 대중문화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을 탄생시키고 그녀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번 <왕릉의 전설>전에 참여한 작가들도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조명의 행렬에 동참했다. 이러한 새로운 해석의 원동력은 조선의 역사가 지닌 객관적 단면만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조선왕족의 인간적 면모의 애틋함, 즉 사랑이야기에 대한 주목이다. 현대인들의 자유분방한 사랑에 못지않게 조선의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가 보여주었던 드라마틱한 사랑이야기는 젊은 예술인들의 작업열을 일깨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선왕족들은 명예와 권력이라는 권좌 위의 굴레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지만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의 떨림 앞에서는 신분의 한계조차도 깨뜨리고자 했던 이들이었다. 더불어 랑이라는 소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있어 삶의 희망이 되어준다. 겨울의 한기를 견뎌낸 후에 맞이하는 봄볕의 달콤함만큼이나, 사랑의 즐거움과 슬픔에 대한 전시인 <왕릉의 전설>은 우리를 다시 한번 취하게 만들 것이다.
&& 각양각색 다양한 사랑의 떨림
이번 전시의 소재가 된 8인의 조선왕족들이 보여준 사랑이야기는 그들이 살아온 삶만큼이나 다양하다. 정조와 성송연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 숙종과 희빈 장씨, 그리고 인현왕후의 비극적 사랑, 왕비가 되기 전엔 서로 간절했으나 이후에는 곧 미움으로 얼룩진 성종과 폐비 윤씨의 사랑, 고고했던 성품을 지녔으나 불운했던 인종과 평생을 안타까움으로 함께했던 인성왕후의 사랑, 세도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순진한 시절의 연인을 잃은 철종의 불행한 사랑 등 작가들이 주목한 조선인들의 면모는 대개 그들의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세간의 정의를 초월해 그들이 보여준 각양각색의 사랑은 이처럼 현재의 예술가들에게 활기찬 창작의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왕릉의 전설>전은 조선왕족의 사랑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의 뜨거운 창작애로, 그리고 그 열정을 흡수하려는 다층의 관객으로 가득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