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민〉작가인터뷰 │ 2021 고양아티스트 365
심봉민, 씽씽이를 탄 정원사, 116.7×91cm, 캔버스위에 혼합재료, 2020
“우리는 모두 공간에 던져졌다. 던져진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하면서 공간에 자신의 흔적들을 입혀간다. 공간에 생긴 유형, 무형의 흔적들은 던져진 공간에 살고 있는 존재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쉼터를 제공한다. 적어도 나를 감싸고 있는 울타리 같은 느낌들… 나에게 그런 곳들은 이정표가 되는 상징적인 건물들과 장소 풍경이 이미지로 기록되어 저장된다.
가끔 그 공간이 사라지고는 하는데 그럴 때 나는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고는 한다. 무언가 내 흔적의 단서가 사라져 버린 느낌들 그런 느낌을 받을 땐 마치 내 기억과 추억도 함께 상실되는 느낌이다. 나의 흔적들은 사라지고 다시 공간에 던져지는 느낌들. 새로운 흔적을 채워서 넣겠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기억과 시간을 담은 상징이 난 너무도 아쉽고 그립다. 나의 작업은 그런 사라짐 들의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 작가노트 중
심봉민,정원 넘어의 정원, 90.9x72x7m,Acrylic on canvas with charcoal,2020
Q1.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림은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제 주변과 과거를 둘러봅니다. 제 안에 있는 건 제가 살아왔던 기억과 시간들이거든요. 근데 이것들은 머무르지 않아서 자꾸 뒤로 가버립니다.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되네요.
Q2. 단조로운 색조로 표현된 무성한 나무와 네모난 집들 속에 작게 그려진 추억의 물건들과 아이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단조로운 색조는 오히려 이런 색들이 시간성을 모호하게 해서 입니다. 언제나 추억은 모호하니까요, 작은 물건들은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 같은 거예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흔적을 남기잖아요. 저도 제 공간 안에 그런 흔적들을 남기고 있는 거예요.
Q3. 평범한 일상과 기억들에 대한 관심을 주제로 작업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철이 없을 때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을 그려서요. 바보 같지만 사실입니다. 철이 들고 알았습니다. 제가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저를 잘 보여 주려면 평범한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심봉민, 같이 놀자, 60.6x72.7cm,Acrylic on canvas with charcoal,2020
Q4. 기억의 정원은 어떤 곳인가요? 또 이곳을 꾸미는 정원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기억의 정원은 제 머릿속에 펼쳐진 기억들이 조합된 공간 입니다. 기억의 풍경들을 정원의 식물들처럼 조합해서 기억의 정원이라 한 거예요. 정원사는 저이기도 또 아니기도 한 친구 입니다. 이 친구는 제가 했던 일들을 반복하거나 따라하면서 성장합니다. 숨바꼭질을 많이 따라하는데 어느 순간 놀이를 통해서 예술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그를 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건 끝나지 않는 놀이를 하는 것 같다나? 앞으로 저에게 보여줄 여러 가지 모습들이 기대가 됩니다. 그를 통해서 관객들이 어린 시절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는데 정원사는 관객들에겐 이런 일들을 하고 저에겐 계속해서 말을 건네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Q5. 작품과 관련된 작가님의 어린 시절 추억 또는 애착을 가진 장소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어린 시절, 눈이 많이 오던 강원도의 시골로 부모님께서 강제 귀향을 보내고는 하셨는데 그때의 눈이 오던 풍경들이 제 눈에 아직도 선합니다. 눈이 엄청 많이 와서 시야가 온통 하얗게 변해서 시간과 공간이 멈춰 버린 듯한 감각 그 느낌은 제 작품 전체에 녹아있는 분위기로 자리했습니다.
심봉민, 그리고 지우는 일,60.6x72.2cm, Acrylic on canvas with charcoal,2017
Q6. 작품 속 정원을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그림을 통해서 뒤를 돌아봅니다. 그러면 내가 누군지 조금 알 것 같거든요. 내가 누군지 알고 뒤돌아보는 건 지금 같이 빠른 시대에 어울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위안되지 않을까요? 뒤 돌아봐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고 그래도 되는구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Q7. 지금까지 해온 작업과 최근의 경향, 또는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점에 집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를 지원 할 때, 저는 고양시에 거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고양시에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도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와 너무 닮아 있어서였습니다. ‘이곳에서 전시하고 싶다. 이곳에는 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저는 어떤 점에 집중 했다고 하기보다 그런 생각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고 제 전시를 통해서 그런 나와 같은 느낌들을 가진 관객 분들이 소통되는 느낌, 혹은 함께 추억을 꺼내 보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Q8. 앞으로의 작업 및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의 목표는 꾸준한 제가 되려고 합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좀 늦더라도 꾹꾹 발 디디는 작가가 되려고 계획하겠습니다.
Q9. 2021 고양아티스트 365에 참여하게 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전시 하고 싶은 곳에서 전시 하게 돼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전시하고 싶은 곳에서 전시하는 건 상당한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은 작가가 된 것 같아서 몹시 기분이 좋습니다.
Q10. 그 외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제 전시를 보려고 직접 발걸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잘 압니다. 작가의 전시에 찾아서 온다는 건 시간을 내고 또 만들어서 오는 것이거든요. 저를 위해서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신 관객님들을 모두 맞이할 순 없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서나마 정말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021 고양아티스트 365展 열번째 참여작가
심봉민
2021.10.07. ~17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제3전시장
[개인전]
2018 평범한 기억의 정원, 갤러리 자작나무, 서울
2018 닮은 정원 아침고요 수목원 갤러리, 가평
2012 심봉민 개인전, 갤러리 두루, 서울
2011 기억과 시간이 던져진 공간, 갤러리 가이아, 서울
[단체전]
2020 SIXTEEN, 김현주 갤러리, 서울
2019 Douz, 이정아 갤러리, 서울
2019 상상展, 갤러리 자작나무, 서울
2018 풍경展, 갤러리 자작나무, 서울
2017 It's roots, 갤러리 마크, 서울
2011 내면의 풍경-9인의 작가 9인의 벽, 두인 갤러리, 서울
2015 group 23.5,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2014 아파트 인생,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2013 서울옥션 프린트베이커리 원화전, 롯데갤러리 영등포, 서울
2013 남송국제아트쇼, 성남아트센터, 성남
2013 7번방의 선물, 서울미술관, 서울
2012 Young Artist Exhibition, 갤러리 이레, 파주
2012 괄호展 공간의 기록,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2 ASYAAF, 문화역서울284, 서울
2012 서울 컨템포러리 아트스타 페스티발,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12 서울옥션 Small Masterpiece, 롯데갤러리 광복, 부산
인터뷰 │신주희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편집·촬영 │이해리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