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김시영〉작가인터뷰 │ 2021 고양아티스트 365

 


Q1.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동할 때 가만히 있을 때 문득 어떤 시각적인 자극이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거 괜찮은데... 하는 느낌이 들 때 사진을 찍어두거나 메모를 해 두고 작업을 합니다. 영감이라면 저는 주로 일상에서 얻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들을 작품화 하려면 늘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저는 늘 지금, 여기의 나와 관련된 것에 관심이 많고 그런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Q2. 차가운 회색조의 그림 속 편의점의 간판 등의 인공조명이 돋보이는데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우리 집에서 작업실까지 가는 700m 길가에 편의점이 6개가 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은 친숙하고 익숙한 곳이지요. 혼가족인 사람들도 편의점은 다니기 마련이고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자연과 인공물,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담아내다 보니 간판이나 조명등이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지금은 핵가족을 떠나 혼가족이 대세로 가는 시대입니다. 하루 근무를 마치고 편의점에 들러 먹거리를 사들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먹고 자는 일이 지속되는 삶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일일까요. 그래도 살아가는 힘은 결국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Q3. 바다 풍경을 그린 작품은 도시와 대조되어 눈길을 끕니다. 작가님께 도시와 바다는 각각 어떤 곳인가요?
제 작품에 나오는 도시풍경이 매일 경쟁에 내몰리는 전쟁터인 일상이라면 바다는 휴식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매일 일만 하거나 매일 놀기만 할 수는 없고, 일과 휴식이 적절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이 저의 일상공간의 모습이라면 바다는 제가 좋아하는 휴식의 공간입니다.


Q4. <let it be> 시리즈는 그리는 과정이 단순하기도 하고 관람객이 참여하여 직접 그려보기도 하는데 이런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1999-2000년도에 길거리나 식당 휴게소 같은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낙서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 그려진 그림들은 물감이 흘러내리고 겹쳐지고 하여 지저분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들을 작업실로 가져와 깔끔하게 덮어 완성했고, 그 작품들로 <월미도사람들과 그린그림전>이라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생각해보니, 시민들이 그린 멋진 그림이 있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지저분하게 흘러내린 물감들도 그림의 한 요소이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남들에게 정리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어떤 너저분한 일상의 비중이 많고, 더 본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요소들, 흘러내린 물감의 모습을 작품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려보다가 이러한 형식의 물그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귀천이 따로 없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이 없는 누구나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작품방식이라 저는 좋아합니다.

 


Q5.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제목이나 노래 제목을 차용하는 등 다양한 제목이 보이는데요, 작품제목을 붙이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제목을 짓는 일은 어렵기도 하고 귀찮은 일입니다.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는 근사한 제목을 붙이기란 쉽지 않으며 잘못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가급적 관람자의 상상력을 유발 할 수 있도록 은유적인 표현을 기본으로 합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짓기도 하지만 대부분 전시 직전까지 신문방송 기사 속에서, 노래를 듣다가, 길을 걷거나 잠들기 전에 곰곰이 생각하면서 짓습니다.


Q6. 작업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또는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구상작업을 할 때는 직접 촬영하거나 인터넷 자료를 뒤져서 사용하는데 가끔 어떤 작업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8회의 개인전시회 동안 대중들이 좋아했던 작품은 낙서그림, 물그림, 내비게이션 작업들이었습니다. 위의 일반 관람객이 좋아하는 작업들을 저도 좋아합니다. 작가나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작품과 일반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저의 경험상 대중들은 대체로 편견 없이 좋은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추상이든 구상이든 설치물이던 미디어 작업이든지 간에요. 오히려 전문가들은 뭔가 어렵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들에 가치를 두는 느낌을 받습니다. 누가 맞다의 문제가 아니지만 저는 일반 대중의 시선을 더 신뢰합니다.


Q7. 지금까지 해온 작업과 최근의 경향, 또는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점에 집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 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1회 개인전- 사회현실에 대한 참여 작업, 그 당시 시대상황이 그러했습니다.
2회- 대중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낙서작업
3회- 동네 근처 풍경들
4회- 컴퓨터 자판에 있는 이모티콘을 이용한 작업
5회- 동네 편의점과 모텔 바다를 주제로 한 내용
6회- 일상을 벗어난 휴가지 바다에 대한 것
7회- 동네 편의점과 일상 무인텔
8회- 동네 편의점과 일상 내비게이션 작업이 주된 내용인데 8회 전시는 우리가 늘상 보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작업으로 시도해보았습니다.

 


Q8. 앞으로의 작업 및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최근에 해왔던 편의점 모텔 바다 작업들을 이어가면서 내비게이션 작업도 더 해보고, 주가차트도 그려보고 싶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대중과 함께하는 현장 낙서작업도 다시 해볼 생각입니다.


Q9. 2021 고양아티스트 365에 참여하게 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지 기쁩니다. 내가 사는 곳을 그려내고, 내가 사는 곳에 있는 전시장에서, 이곳에 살고 계신 시민들과 만나는 것이 기쁩니다.


Q10. 그 외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지금은 시각예술이 디자인 만화 사진 영상 등 즐길 수 있는 분야가 많아졌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기는 이런 분야들과 달리 회화는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고 그들만의 리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여러 가지 매체를 사용하여 누구나 창작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림에 대한 접근도 그와 같이 가볍게 다가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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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주희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편집·촬영 │김수연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