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2022 고양아티스트 365 서효은 작가 인터뷰

Circle of life :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

우리는 삶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작가는 안락한 삶의 자리를 위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든 과정이 담긴 흔적을 찾아 나선다. 

Circle. 
우주 그리고 지구. 
빙, 빙, 빙 돌아가는 세상에 부딪혀 그 안에 반복되는 매일을 쌓아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우린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궤적을 그리며 안락의 자리를 찾는다. 
무수히 그린 자신만의 동그라미는 삶의 중심과 자리를 찾는 과정의 흔적들로 삶의 여정이 담긴 기록이자 
안락을 삶의 곁에 두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과정을 작가는 줄넘기에 비유하여 삶의 원을 그리는 행위를 보여주고 안락한(comport)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하는 노동 속 행위를 순간 포착하여 안락을 위한 자세로 수집하며 더 나아가 어디서든 펼쳐 마련할 수 있는 안락의 자세가 담긴 돗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존재가 발현되는 수행적 과정을 선언하듯 조형언어로 표현한다. 
Circle of Life! 삶은 순환한다. 그리고 지속된다.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그 안에 존재하는 나를 느끼며.

Q1.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일을 사는 것,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노력 안에 담긴 변화와 에너지, 그리고 존재함. 이 과정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힘을 일상에서 관찰하고 느끼는 것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됩니다. 
 
Q2.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 재료, 소재 등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설치와 드로잉, 영상 작업으로 ‘안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설치작품은 공간에서 다원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가변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공간이 그릇이 되어 작품이 담겼을 때 이야기에 더욱 힘이 실리고 완성이 됩니다. 따라서 어느 공간에서 작품이 설치되느냐에 따라 이야기에 대한 무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번 <Circle of Life: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정방형의 화이트 큐브로 해가 잘 들어오는 1층에 위치하고 있고 야외와 마주하는 유리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공간으로 ‘안락의 낙원’이라는 커튼 작품이 입구에서부터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커튼은 연극적인 요소로 현실의 공간에서 전시장인 안락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현실과 다른 이상의 공간에 온 것처럼.  

하지만 <Circle of Life: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공간에는 또 다른 현실의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무수히 드로잉으로 그려진 사람들, 돌아가는 선풍기, 그리고 줄넘기 하는 사람과 돗자리에 그려진 누군가들. 이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매일이고 우리의 매일을 이야기 합니다. 안락은 이상향이라기보다 삶 속 반복되는 그 사람의 매일에 안락을 위한 노력의 축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Q3. <Circle of Life :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 전시 주제를 생각하시게 된 계기 또는 대표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 ‘Circle of Life’ = 삶은 순환한다. 각자 그리는 동그라미는 자신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궤적으로 결국 그 사람의 인생을 대변해주고 안락으로 이끈다.“  

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라이온 킹의 주제곡 엘튼존의 노래 ‘Circle of Life' 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듣는 순간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것을 느꼈고 전시 제목으로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그 본질과 우리가 되묻게 되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Circle of Life :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 전시는 ‘안락’에 대한 시리즈 작업의 연장선에 놓인 전시로 기존에 풀어놓았던 ‘안락’의 이야기에서 ‘노동’에 더욱 초점을 맞춘 전시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이 가지는 힘에는 매일을 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 또한 엄마로 프리랜서 강사로 그리고 작가로 살며 유목민처럼 변화하는 매시간의 역할들을 살아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맞이합니다. 이 순간 무얼 위해 노력하는지 되물어봅니다. 그 물음 끝에 남는 단어가 ‘안락’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과정이 담긴 의미로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 라는 다소 설명적인 전시 제목과 주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시 공간에 하나로 연결된 안락이 존재했던 노동의 순간들과 그것을 숭고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모인 공간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작업을 하는 과정을 통해 저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빙, 빙, 빙(Be_ing)>시리즈는 내 몸의 허물을 만들어 나 스스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내가 존재하기 위해 존재했던 흔적들을 새기고 염원하고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식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매일에 대한 감사함과 순간에 대한 포착이 담겨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매일에 대한 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업의 방식은 현재의 ‘나’에 집중할 뿐 아니라 나와 함께 사는 우리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회 그리고 다시 그 안에 나를 돌아보며 스치듯 존재하는 찰나의 안락을 노동의 순간 속에서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왔고 <Circle of Life :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 전시 또한 그 모습을 담아 관객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Q4. 작가님의 ‘노동’ 그리고 ‘노동이 빛나는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에게 있어서 ‘노동이 빛나는 순간’은 노동의 과정이 눈에 담겼을 때입니다. 저는 작가라는 예술 활동이 저에게 ‘노동’, ‘안락’과 같은 주제를 인식하고 관찰하며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지나칠 법한 노동의 과정이 제 작업에 반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게 있어 노동이 빛나는 순간은 결과보다 그 과정에 더 집중되어 있습니다.
 
<Circle of Life :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전에는 ‘노동이 빛나는 순간’이라는 작품이 설치될 예정으로 이 작품의 소재를 모으고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설문을 준비하였습니다. 작품 제목과 같은 ‘노동’이 빛나는 순간에 대해서 2022. 03. 22 - 04. 10 전시기간동안 설문은 계속되어 작품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Circle of Life : 안락의 자리를 찾을 때 까지>전시를 관람하시는 분 또는 전시에 관심을 갖고 계신 모든 분들은 설문을 통해 <‘노동’이 빛나는 순간!> 작품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https://forms.gle/Vnmk12AoDbvHkpH1A

설문을 통해 남겨주신 <‘노동’이 빛나는 순간!>에 대한 여러분의 이야기는 텍스트가 출력되는 선풍기에 10마디의 문장으로 보여질 예정입니다. 나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 공감의 장이 되고 그 순간 편안함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가시길 기대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Q5. 앞으로의 작업 및 활동 계획, 그리고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시나요? 
전시가 끝나고 바로 앞두고 있는 일정은 <Circle of Life : 안락을 찾을 때 까지> 전시와 연계된 워크샵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고양시 지역의 사람들의 일상에서 오는 ‘노동’의 동작을 적극 수집하는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안락’에 대한 다각적인 모색이 지속될 예정입니다. 제 삶을 사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수집되는 이야기 또는 일상의 현장과 현상들이 흥미롭고 이로 대화의 장을 꾸준히 마련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양시에 터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에 대한 관심과 활동에 대한 기대가 있는 만큼 고양시의 문화 예술 활동에 적극 참여할 예정입니다. 




Q6. 그 외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매일의 힘, 노동의 방향, 그리고 지금의 순간에 잠시 집중해보세요. 안락은 이상이라기보다 아주 가까이 여러분 곁에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