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최지연〉작가인터뷰 │ 아람문예아카데미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돌보고 가꾸는 행위인 것 같아요.”


아람문예아카데미 <소설창작연습> 수업을 통해 소설가의 꿈을 꾸게 된 최지연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한지 4년 만인 2020년 평사리 문학대상 소설부문 신인상, 연속해서 올해 김유정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을 수상했습니다. 최지연 작가의 소설은 우리의 어떤 과거, 그리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상상하게끔 합니다. 한 시간이 넘어가는 줄도 모르게, 우리는 최지연 작가를 만나 <소설창작연습> 수업부터 <라온빌라 301호>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언제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국문과에 들어간 것도 작가로서의 꿈의 일부였나?
A. 사실 어린시절에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진 못했었다. 대학교 전공도 사회과학대로 정했는데 고3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이 내 적성에는 공무원이 딱이라며 행정학과를 권유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다르게 학교생활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두 분도 그렇고 나도 스스로를 잘못 봤었던 거다.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강해졌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실컷 읽고 싶다는 생각에 국문학을 복수전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도 글을 쓰려고 국문학을 복수전공 했던 것은 아니다. 글 쓰는 건 내게 너무 높고 큰 이상이라 여겨졌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서른이 훌쩍넘었을 때 삶이 버겁게 느껴졌었다. 그때 고향 친구가 글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짧은 소설을 꾸역꾸역 쓰기 시작했는데, 삶이 힘드니까 글이 써지는 것 같았다. 쓰고 있는 글 생각을 하면서 일상을 견딜 수 있었다. 완성을 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의 글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소설창작연습> 수업에 참여하게 된 거다.


Q. <소설창작연습> 수업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그 당시 활자중독처럼 현수막이나 전단지를 꼼꼼하게 봤었는데, 그때 아람문예아카데미 소설창작연습 강좌를 발견하고 수강신청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일기 정도만 썼었지, 내가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라고만 생각했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같이 수업 듣는 문우들의 피드백을 거치고 선생님의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글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2016년에 처음 수업에 참여했지만, 일 때문에 잠시 쉬었다가 2018년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계속 참여하고 있다. 몇 년씩 다니시는 문우들도 있고,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문우들도 있다. 보통의 강의는 한 번 들으면 다시 듣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이 수업은 합평수업이다 보니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공부가 계속된다. 그래서 몇 년씩 다니시는 분들도 많다.





Q. 수업은 어떤 형식과 분위기로 진행이 되는지.
A. 처음 2~3주는 선생님께서 소설 창작 전반에 대한 강의를 해주신다. 나머지 차수에는 수강생들이 직접 쓴 글에 대한 합평 수업을 진행한다. 각자 쓴 작품을 인터텟 카페에 올려 발표하면 다른 수강생들은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어온 후 수업시간에 합평을 한 후 마지막에 선생님께서 마무리 총평을 해주신다.

A. 수업 분위기는 매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 다수의 수강생들이 소설창작연습 수업을 오래 들으신 분들이라 적나라하게 합평을 해주신다. 쓴소리도 작품에 대한 애정과 더 좋게 다듬어 질 거란 기대를 가지고 하는 지적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쓴소리를 듣기 위해 수업을 오게 되는 것 같다. 수강생들의 합평이 있는 수업시간의 분위기는 긴장과 감탄의 연속이다. 글 쓴 사람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서 더 풍부하게 읽어주시는 분들도 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른 시각으로 읽어 주시니 많은 공부가 된다. 또 작품마다 수업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매번 달라지는 분위기도 재미있다.


Q. 수업의 어떤 점이 소설을 창작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A. 이순원 소설창작 수업 선생님께서 늘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자전거 타기를 이론으로 공부해도 소용이 없고, 직접 넘어지고 흔들려봐야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자기 작품을 가지고 직접 합평을 받아봐야만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맞는 말씀인 것 같다. 그리고 내 작품이 아니어도 다른 작품에 대한 수강생들의 합평내용을 들어보면 오히려 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 연령대가 다양해서 더 폭넓고 깊이 있는 합평을 들을 수 있는데 수업을 듣다 보면 나 스스로도 합평 실력이 느는 것 같고, 이런 부분들이 창작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





Q. 합평을 위한 작품의 분량이 정해져 있는지?
A. 주로 단편소설을 합평한다. 보통 원고지 80매, A4용지로 10장 정도인데, 이걸 완성하는 게 지금까지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발표를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쓰게 되는 것 같다.


Q. 합평작 발표는 필수인가?
A. 한 학기당 12주 정도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거의 10명 정도 합평수업이 가능한데, 수강생은 그보다 훨씬 많으니 참가를 원하는 문우들 중 추첨을 통해서 결정된다.


Q. 소설창작연습’ 수업을 권한다면 어떤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가.
A. 사람은 표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하다못해 회사 업무에서의 일이든, 그것 중에 나는 소설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꼭 작가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돌보고 가꾸는 행위인 것 같다.


Q. 다양한 장르 중 ‘소설’에 관심을 갖고 소설 작가가 되신 계기는.
A. 소설을 쓰기 전에는 일기를 썼었는데, 쓰면서도 픽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묘하게 자의적으로 편집되고, 진실에 닿지 못하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데 소설은 완전히 허구의 장르이지 않나. 오히려 그 허구를 통해서 진실을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더 사람을 깊게 탐구한다고 느껴져서 소설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Q. 2020년, <착장>으로 평사리 문학대상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후 느낌이 어떠했는지?
A. ‘어, 이게 실제로 되네?’ 싶어서 엄청 떨렸다. 보통은 본인 확인하고 중복 투고를 했는지 등 확인 전화를 주신 후 당일 안에 다시 당선 전화를 받는다고 얘기를 들었다. 확인 전화가 와서 설마 정말 당선이 된 건가 싶어 손이 벌벌 떨렸다. 그런데 확인 전화가 오고 하루 종일 당선 전화가 안 오는 거다. 그날 밤에 잠도 안 오고… 안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당선 전화가 왔다. 당선 전화를 받고서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소설창작연습 선생님과 반장님께도 알려드렸더니 바로 축하한다고 전화를 주셨던 기억이 난다. 계속 글을 쓰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써도 되나’ 싶었는데, 당선이 되니까 ‘이렇게 써도 되는구나’라는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Q. 올해 김유정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라온빌라 301호>은 어떤 계기로 쓰여진 소설인가?
A. 나는 완전히 문과생인데, 몇 년 전에 물리학에 관심이 생겼다. 요즘에는 양자물리학 공부를 쉽게 인터넷으로도 강의를 들을 수가 있더라. 그 중 ‘다세계 이론’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세계도 존재한다는 이론이었다. 한 세상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 다른 선택을 한 세계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못 보낸 택배를 매개로 하여금 잠시 그 세계와 접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으로 <라온빌라 301호>를 쓰게 되었다.





Q. <라온빌라 301호>을 읽으면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내지는 여성들이 종종 느끼는 추상적인 생각, 상상들을 생생히 풀어낸 이야기라고 느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A. 사실 소설을 쓸 때 내가 독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해야지’라고 쓰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냥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싶고, 어떠한 이미지와 정서를 전달하고 싶다. 그래서 메시지나 주제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시작하는데, 결국 다 쓰고 나면 ‘내가 이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 라는게 뒤늦게 느껴진다. 이 소설은 ‘선택’이 중요한 문제이다. 주인공 혜진의 경우에는 임신 출산을 하느냐 마느냐라는 선택인데, 여성들에게 선택의 무게가 너무 큰 문제이지 않나. 또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선택 이후의 삶을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혜진이 결말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응원하고 싶게 되고, 어떤 선택을 하던지 좀더 단단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정서를 독자들도 느꼈으면 한다. 독자들 본인들 삶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약간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Q. 소설을 창작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A. 오르한 파묵이라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있는데, 그의 소설 작법 관련한 책에서 본인이 쇼윈도에 걸린 원피스 하나를 보고도 소설을 쓴다고 하더라. 그 말이 재미있었다. 이를 테면 <착장>은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로 시작하는데, 그 원피스를 내가 입었으면 어땠을까, 또는 어떤 여성이 입었으면 어떨까라는 이미지로부터 시작한다. 플롯을 다 짜서 이야기를 쓴다기 보다는 일상에서 거리의 한 장면, 아는 사람의 뒷모습, 책의 한 구절, 친구가 던진 한 마디가 평소에 흘려 지나가다가, 어느 순간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걸 파고 들어가다 보면 소설적인 이미지가 생겨나는 것 같다. 그 이미지에서 확장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그러니까 주변을 잘 관찰하다가,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게 생기면 왜 들어왔을까 질문하면서 쓴다. 글을 쓴다는 게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살아가면서 주변을 더 세심하게 보는 것 같고, 더 소중하게 사는 느낌을 주는 게 글 쓰는 행위의 힘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동기는 독서인데, 책을 많이 읽을 때 다가오는 것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Q. 장르 구분 없이 책을 많이 읽으시는 편인가?
A. 소설을 쓰다 보니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다. 쓰고싶은 소설의 소재가 정해지면 소재와 관련된 정보서, 신문기사, 심리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생각하고 있는 주제와 엮어서 읽기 시작한다. 그래서 작품에 따라 연구하는 것처럼 읽기도 한다.


Q. 고양시라는 환경이 작업에 영향을 주는 점이 있는지.
A. 소설을 쓰다 보니 도서관에 정말 자주가게 되는데, 고양시는 문화예술도시에 걸맞게 도서관도 많고 도서대출시스템도 정말 잘 갖춰져 있어 정말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양시에서 진행한 문화기획자 양성과정도 수료하였고, 고양시민모니터링단 활동도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작년 평사리 문학대상을 받을 때 시 부문 수상자와 청소년 부문 수상자도 고양시 사람이었고,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할 때도 중고등부 부문 수상자가 고양예고 학생이었다. 전국 문학상 수상에 고양시민들이 많이 나온다는 건 문화예술의 도시 고양시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





Q. 글을 쓰는 노하우가 있는가.
A. 글을 잘 쓰는 노하우는… 아마 다른 작가들도 다 없다고 대답할거다(웃음). 그냥 어떻게든 쓰는 것 같다. 아무리 몇 작품을 써봤어도 글 쓰는 건 힘들다. 꾸역꾸역 쓰다가 구태의연하고 상투적인 표현이 나오면 괴롭다. 그래도 어떻게든 쓰고 나면, 하룻밤 자고 일어나거나 일상생활을 보내다 보면 무의식이 어떤 작업을 하는 건지, 훨씬 더 나은 문장과 장면으로 고쳐지더라. 좀 더 내가 생각한 것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우선은 써놔야 무의식에게 작업할 일거리를 주는 것 같다. 그걸 더 발전해나가는 방향으로 작업을 한다. 결국은 ‘이제 됐다!’는 문장, 작업, 캐릭터가 생겼을 때 엄청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


Q. 출판 계획이 있으신지.
A. 보통 소설집을 내는데까지는 빠르면 1년에서 길면 5년씩도 걸리는데, 이미 단편 다섯 개와 장편 하나를 써놓은 게 있다. 발표가 다 되어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난 아직 출판 작가가 아니니깐 좀 더 걸릴 것 같다. 나의 책이 생기면 정말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책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Q. 차기작을 준비하고 계신지, 혹은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A. 지금은 다른 장편을 쓰고 있다. 나는 주로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시대적 특성이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점에 대해 생각하면서 심리, 관계, 마음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소설을 쓰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A. 성실하게 쓰는 작가, 마음을 다해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좀 더 단단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정서” 를 상상력을 발휘하여 소설로써 펼쳐내는 최지연 작가는 힘든 시기에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며 위로를 얻었던 만큼, 그의 글은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깊게 파고듭니다. 독자들이 삶을 받아들이는데에 있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모두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최지연 작가는 소설가로서의 길을 한 발자국씩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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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혜리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
사진 │ 김수연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