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5호선
지하철에 앉아 울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고개를 약간 숙인채 소리없는 눈물을 연신 떨구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사랑에 실패 했나보구나' 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눈물을 짓는 이유는 수만가지 있겠지만 그 중 이별의 눈물은 언제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그 대상이 '나'이든 '남'이던간에 말이다.
서로의 절실함이 주변을 둘러싸 간절히 둘의 관계를 놓지 못했던 그녀에게
하루빨리 새로운 인연이 생기길 바라면서, 지금 전시중인 작품중에
카미유 피사로가 그린 <바느질 하는 부인>의 작품이 떠올랐다.
피사로의 부인인 줄리아 벨레는 피사로가 30세 되는 해인 1850년에 피사로의 집안의 하녀로 들어왔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피사로와 9살 차이가 나는 21세,
피사로와 줄리아 벨레는 서로 사랑을 하게 됐지만, 종교와 신분의 차이 때문에 부모의 반대에 이르고 만다.
그로부터 2년 후 그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데, 바로 첫째 아들인 루시앙이 생기게 된것이다.
이후 줄리아는 피사로 집안에서 하녀의 일을 그만두고 나와 피사로와 동거를 하게 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했던 카미유 피사로의 아버지에게 이러한 피사로가 곱게 보였을리 없다.
그의 아버지는 피사로를 못마땅히여겨 결국 유산을 피사로의 형에게만 상속해 주었다.
피사로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그의 사랑을 버리지 못해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져버리고 가난한 화가로 살아간다.
당시 피사로는 그림그리는 것 밖에 하는 것이 없어 생활고가 계속되자 줄리아는 꽃집의 일손을
거들기 시작한다. 이로인해 그림이 거의 팔리지 않았던 피사로를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었다.
바느질 하는 부인, 카미유 피사로, 1860
위의 작품은 1860년 줄리아가 21세일적에 피사로가 그린 그녀의 모습니다.
1860년이라면 그때 당시 피사로 부모님의 눈을 피해가며 서로 몰래 사랑을 나누던 때일 것이다.
이것은 작품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일단 주변의 배경색과 줄리아가 입은 옷의 색깔을 구분하기 힘든 것으로 봐서 줄리아가 그녀의 방(불이 꺼져 있는)
에 들어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부모님 몰래 들어가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피사로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줄리아의 방에도 작은 액자가 걸려져 있다.
창가에서 바르질하는 피사로 부인, 카미유 피사로, 1878
그로부터 18년 후 줄리아가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을때 즈음
피사로는 그녀가 바느질 하고 있는 모습을 다시 그린다. 몰래 사랑을 나눌때와는 확연히
차이나는 거리감이다.
무언가를 꿰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화면 한가득 차있다. 색감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한없이
밝고 사랑스럽다. 특히 발그레한 줄리아의 볼의 색깔은 피사로가 갖고 있는 줄리아에 대한
사랑을 말해주고 있는 만큼 감동적인 색감으로 그려졌다.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은 카미유 피사로와 줄리아 벨레의 사랑은 피사로의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한번쯤을 들추어내 현대의 가벼워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고 때로는 반성도 해보며
반면에 이들 같은 따뜻하고 순수하며 영원한 사랑을 꿈꿔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