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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독일표현주의 흐름의 선상에서 활동한 화가로 창조적 색채감각을 지닌 마티스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예술의 정신성을 믿었고, 종교, 음악,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건반 위에서 자유롭게 굴러가는 선율을 색으로 표현한 듯, 그의 작품은 굉장히 즉흥적이며 계산되지 않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예술관이 다양한 형식으로 발현된 것이 작품‘이라는 예술가와 작품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처럼, 칸딘스키의 작품에는 그가 당시 생각했던 예술의 역할과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의 유명한 저서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는 1차 세계대전 후 당시를 경제·사회과학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인간의 실존에 위협을 느끼고 가시적인 세계와 물질적인 것에 대한 회의가 만연하던 시기로 진단하고 있다. 그때 칸딘스키는 미술은 '미술을 위한 미술'이기 때문에 대상의 외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내적 필연성, 즉 예술가의 직관적인 정신과 감정을 통해 발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정신성을 회복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미술은 '눈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정신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하며, 정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미술이란 부패된 세계에서 벗어난, 화가의 내면에서 독자적이고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색채와 형태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칸딘스키는 이처럼 순수한 색채, 형태, 선으로 이뤄지는 미술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그 중 ‘색’은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라 생각했는데, 이 생각은 특히 예술가와 영혼, 색의 관계를 피아노에 비유한 그의 문장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영혼이 여러 개의 선율을 가진 피아노라면 색은 피아노 건반이고, 예술가는 인간의 영혼에 진동을 일으키는, 목적에 적합하도록 견반을 두드리는 손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그의 예술관을 돌아보면, 예술가의 내면과 정신에 작품의 생명을 내맡겨버려 예술가들에게 다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만연했던 물질에 대한 회의와 실존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써 예술을 전면에 내세웠던 사실은 예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확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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