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미술작품으로 이루어진 역사, 즉 미술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기별로 작품을 본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선사한다.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화가들의 작품 양식은 그림을 봄으로써 한 시대를 이해하고 고민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저명한 미술사학자인 린다 노클린 역시 1971년,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는가’라는 그녀의 논문을 통해 여성 미술 담론의 장을 열며 남성중심의 사회적 구성 속에서 자라온 한 여성 화가를 새롭게 조명한 바 있다. 350여년 동안 잊혀졌던 이 여성 화가는 절대군주제로 대표되는 17세기 바로크 시대, 자신의 그림을 통해 당당한 목소리를 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이다.

아르테미시아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종종 동일한 주제를 그려낸 메리시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작품과 비교된다. 이 그림은 당대 최고 화가이자 아르테미시아의 스승이었던 카라바조의 영향으로 극적인 빛의 사용과 인물과 구분되는 어두운 배경, 사실주의적인 표현이 극에 달하여 바로크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것은 구약 성서 속의 여성 영웅 유디트가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뒤 살해해 이스라엘을 해방시키는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카라바조와 다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카라바조의 의해 두려움으로 망설이는 듯 연약한 모습으로 그려졌던 유디트는 아르테미시아의 손에서 결단력 있는 건장한 여성으로 재탄생한다.

비단 카라바조 뿐만 아니라 수많은 남성 화가들이 택한 단골 주제였던 ‘유디트’는 아르테미시아의 ‘나라를 구한 여장부로서의 유디트’와는 달리 적장을 유혹한 아름다움과 성적매력이 담긴 존재였다. 잔인할 정도의 강한 힘을 가진 영웅으로 표현된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는, 그래서 전례없던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인물로 거듭나며 화려함, 우아함, 극적인 요소들로 점철되는 바로크 미술의 또 한 갈래의 빛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