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베토벤(Beethoven)의 <피델리오, Fidelio>

베토벤 유일의 오페라인 <피델리오>에 대하여 왈가왈부함이 많지만, 위대한 음악가가 9년 동안 집념을 불태운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는 않다. 이 오페라는 제1판(초연판, 1805)과 제2판(1806)을 <레오노레, Leonore>라고 부르고, 최종판(1814)을 <피델리오, Fidelio>라고 부르며, 개정을 거듭하면서 서곡만 무려 네 개(레오노레 1, 2, 3번 서곡과 피델리오 서곡)에 이른다.

1805년 11월 20일 빈 안 데어 빈 극장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이 작품이 초연될 때 베토벤의 청력 상실은 심각하였고, 최종판 무렵에는 완전 귀머거리 상태였다. 당초 10월 15일 예정이던 초연은 황제 나폴레옹의 프랑스 육군이 오스트리아군을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와서 11월 13일 빈을 점령하였기에 변경되었다. 초연의 객석에는 점령군 프랑스 장교들이 북적거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피델리오> 최종판이 나올 즈음 나폴레옹은 몰락하였다. 베토벤의 위대함은 불굴의 의지에 있기에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 그의 사상과 정신을 나의 집과 옷처럼 갖추고 볼 일이다.

오페라의 내용은 간단하다. 양심수(良心囚) 플로레스탄을 구출하려고 그의 아내 레오노레가 남장(피델리오)을 하고 고참 간수(로코)의 조수가 되어 활약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불의에 맞서는 용기(부부 사랑)는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하늘까지 감동시켜 은총의 결실을 맺는다는 인간 해방의 이야기다. <피델리오>는 독일 전통 희가극인 징슈필(Singspiel)의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베토벤 특유의 자유사상이 마그마처럼 분출되고 있기에 종국에는 오라토리오(Oratorio)의 대합창으로 폭발한다. 마치 제9교향곡 <합창>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