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리뷰

<br/>백령도 부근 해상에서 남측의 해군 초계함이 북측의 기습 공격으로 침몰당하던 그 시각.<br/>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열린 고양필하모닉의 26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br/><br/><br/><br/>평소 바이올린 콘체르토 곡들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뭐 쌈빡한 연주회 없을까 찾던 터. 멘델스존을 연주하는 공연을 찾아내 다녀온 것입니다. 객석은 대부분 엄마 손에 이끌려 온 남매들이라던가 교양있어 보이시는 중년 부부, 모처럼 바람들 쐬시는 주부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클럽이나 콘서트장이 아닌 클래식 연주회에서 저같이 그저그렇게 걸치고 다니는 젊은이는 그다지 흔한 편은 아니죠. 뭐 어쨌든.<br/><br/><br/><br/>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왔든, 엄마 손을 이끌고 왔든 초등학생 어린이나 중고생 청소년들이 클래식 연주회장을 찾는 것에 찬성 대찬성입니다. 그들이 연주회장에 와서 트름을 해도(바로 내 뒷자리에서 어떤 어린이께서 트름하는 바람에 빈정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고, 악장과 악장 사이에 눈치 없이 박수를 쳐도 괜찮습니다. "저게 콘트라베이스고 저게 비올라야" 짚어 가르쳐 주시면서 부디 어린이와 함께 많이많이 찾아 주시길. 어린 시절에 형성된 감성이나 교양적 바탕은 죽을 때까지 평생 간다고 생각 합니다. 이 시기에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예술에 관심을 갖기 어렵습니다. 아 예술이 없는 삶, 이거 생각만 해도 버석버석 건조하잖아요? 뭐 어쨌든.<br/><br/><br/><br/>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은 무엇보다 의자가 정말 편합니다. 극장도 지은지 오래된 CGV를 가도 시트가 푹 주저앉아 엉덩이가 앞으로 쏠려 나올 정도가 된 곳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곳에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본다는 사실이 화가 납니다. 돈이 얼만데. 뭐니뭐니 해도 새로 지은 극장이란 널찍한 좌석 공간과 풍성한 씨트 쿠션이 제 맛 아니겠습니까. 연주회장도 그렇습니다. 가령 예술의 전당의 어떤 의자는 좌석도 좁고 쿠션도 폭삭 주저 앉았습니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을 엄숙한 가운데 관람하려면 불편해서 잠도 안오고 고문이 따로 없죠. 그에 반해 아람누리는 시트가 아주 깨끗하고 ''앳된'' 감촉입니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나무의 부드러운 빛깔도 참 마음에 들죠. 위치도 집과 가까운 곳이라 더더욱.. 아 뭐 그거야 어쨌든.<br/><br/><br/><br/>이렇게 잘도 나불대는 저는 일찌감치 잘도 예매해서 자리에 앉으면 반드시 서너번은 넘게 꾸벅거립니다. 그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어찌 잠이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더더군다나 아는 곡도 아니라면 말이죠. 코 곯지 않기를 조심할 뿐. 오늘도 역시 프로그램 1번이었던 브람스 대학축전서곡이 늘어질 기미가 보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떨구어 버렸습니다. Zzz...<br/><br/><br/><br/>연주에 앞서 지휘자 안현성 님이 곡 해설을 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선 정기연주회 무대가 긴장되셨는지 이야기를 약간 버벅대기도 하셨죠. 그러나 친근한 해설이 격없이 느껴져 좋았습니다.<br/><br/><br/><br/>올해는 슈만의 탄생 200주년 되는 해입니다. 작년은 멘델스존의 200주년이었죠. 브람스는 올 200주년을 맞는 슈만에게 발탁되었습니다. <br/><br/>1853년 스무살의 브람스는 연주여행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을 만났고, 이 요아힘이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에게 소개했던 것입니다. 이후 슈만은 브람스의 뛰어난 음악성을 세상에 소개했으며 멘토 노릇을 하며 거처를 제공하는 등 가난했던 무명 음악가에게 따뜻함을 베풀었습니다.<br/><br/><br/><br/>재밌는 것은 이들의 만남 이후입니다.<br/><br/><br/><br/>1854년 슈만은 러시아 연주 여행의 여파로 정신병을 앓다가 투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이후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2년만인 46세에 숨을 거둡니다. 제자 브람스는 일곱명의 슈만 자녀들과 부인 클라라를 돌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브람스는 어느덧 클라라를 깊이 사랑하게 되고 평생을 짝사랑 속에 독신으로 살아갑니다. 클라라도 브람스를 사랑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정절을 지켜 냅니다. 그리고 브람스와 클라라는 40년에 걸친 우정의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br/><br/><br/><br/>한편 브람스는 1879년 그의 46세 되던 해 독일의 브레슬라우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습니다. 오늘 연주했던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은 이에 대한 답례로 작곡되어 ''사랑하는'' 클라라의 생일에 헌정됩니다.<br/><br/><br/><br/>두번째 곡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곡입니다.<br/><br/>바이올리니스트 조가현님은 제가 모르는 분이라 쉽게 이야기 할 순 없지만 곡 도입부에 간혹 박자나 음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에 볼륨이 뭍히는 경향도 있었구요. 그러나 초반부를 지나자 곧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들쭉날쭉하게 음의 강약을 표현하는 세밀함, 카덴짜 부분에서의 기교가 좋았습니다. 지휘자 분의 말씀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부중인 영재 출신"이라던데 앞으로의 행보가 어떠실지 기대됩니다.<br/><br/><br/><br/>앵콜 곡으로 안현성 지휘자께서 "이 트럼펫으로 음악을 시작했다"며 트럼펫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틀려도 이해해 달라"며. 트럼펫이라면 재즈음악을 익히 들어왔기에 클래식과 트럼펫은 문외한인 저로서는 의외의 쿵짝이었습니다. 제목을 공개하지 않았던 그 곡의 선율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br/><br/><br/><br/>짧게 서너줄 쓰려고 시작했는데 벌써 이렇게나 길어졌네요.<br/>오늘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곡들로 구성되었습니다.<br/>대학축전서곡에서는 대학시절의 낭만이, 슈만의 교향곡 1번에서는 사랑 넘치는 계절의 환희를 느꼈습니다.<br/><br/><br/><br/>아람누리의 다음 공연으로는 5월 29일 ''Tango in Piazolla''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br/>Piazolla. 탱고 뮤직의 신이죠. 저는 그 특유의 남미 아코디언(?)인지 오르간인지 모를 하여튼 그 건반악기의 음색에 괜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몇번이나 들어보려고 시도해봤지만 두세곡을 넘기지 못하고 STOP 버튼을 누르고 말았지요. 그러나 최근 Piazolla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세종솔로이스츠''의 2집 앨범을 유쾌하게 들었습니다. "쬐~에엥" 하며 예리한 선을 긋는 듯한 그 음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다른 팀의 Piazolla 연주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장문의 후기는 그때쯤 가서 다시 쓰기로 하고 글을 마칩니다.<br/><br/><br/><br/><br/><br/><br/><br/>글 / 김보배<br/>kimbobae.com / iperry@naver.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