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리뷰

가을 하늘이 ‘이게 바로 하늘빛이야’라며 뽐내고 가을바람이 ‘이 정도는 돼야 코스모스가 하늘거리지 않겠어?’ 하며 살랑거리는 9월 마지막 날 좋은 공연과 함께했다. 잘나가던 시절에는 아줌마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은 어울림누리는 절로 상념에 빠지게 했다. <br/>짧은 기다림 끝에 반가운 얼굴이 보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로 찾아들어 ‘안치환과 정호승의 시, 노래’를 보고 듣고 즐겼다. 안치환과 정호승은 숨엔터테인먼트 소속인데다 안치환이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든 인연으로 이런 공연을 기획한 듯하다.  <br/>광장에서만 보던 안치환을 극장에서 보니 어색하기까지 했다. 안치환은 늘 광장에서 자유를 외치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주장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멋스럽게 차려입고 적당한 멘트로 아줌마들을 웃기며 노래를 하기엔 분명 이른 시간에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그를 보며 진정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야에서, 자유’처럼 익히 들었던 노래 말고도 시에 곡을 붙인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귀뚜라미(나희덕), 담쟁이(이경임)’ 들을 불렀다. 온힘을 다하여 외치는 노래부터 달달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까지 안치환은 아줌마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노래 하나로 많은 사람을 매료할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자기 자신도 즐기고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정호승 시인이 나와 시를 낭송했지만 요즘 시에 부쩍 관심이 많음에도 별로 감흥이 일지 않았다. 노래의 울림이 커서 시가 귀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리라. <br/>괴성도 지르고 엉덩이도 들썩이고 일어서서 환호도 하고 싶지만 마음뿐 그저 열심히 손뼉치고 웃고 하는 정도가 나의 한계이다. 그렇게 살지 못해서 그런지 마음은 있으되 몸이 거부한다. 언제나 감정을 있는 대로 다 드러내고 솔직하게 즐길 수 있을까? 그래도 좋았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