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지난 금요일 저녁 7시에 <시인 이안과 가수 백창우의 '시와 노래가 있는 밤'>을 보았습니다.
시인 이안과 가수 백창우가 한 자리에 서서 시와 노래를 이야기 하는 공연이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친구들과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7시부터 행사에 대한 안내와 소개를 하더군요.
이런 멋진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며 경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주최측 소개와 자랑이 무려 50분이나 진행 되었습니다.
벌떡 일어나 그만 하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회자님 말씀으로는 다섯 모임에게 2분씩 소개하라고 하셨다 하던데 그 소개를 하는데 50분이 걸린 겁니다.
공연은 정확히 7시 50분에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 안 것이 아닌가 해서 홈페이지에 소개된 안내를 보았습니다.
공연이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세부 안내에 보면 시민과의 만남이니 그런 항목도 있었는데 아래쪽에 6시라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만일 그렇게 긴 시간 모임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면 미리 시간 등을 공지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관람 신청을 하고 간 저로서는 공연을 보기 위해 5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공짜 영화 보러 갔다가 광고를 몽땅 듣고 와야 하는 처지가 된 듯 했습니다.
공연을 하신 분들도 본인들의 공연이 아니라 행사 초청가수 신분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인문학'을 내세운 행사라면 무형의 자산이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행사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모임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일반 시민으로 참여한 제 입장서 볼 때는 청중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시간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너무나 무례한 행사였습니다.
그나마 본 공연에서 들은 시와 노래가 마음을 다독여주었고 며칠의 시간이 속상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게는 해주었지만 행사 진행자들이 그날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 무례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불쾌합니다.
한 주 앞서 열린 유홍준 강의 역시 강사가 개인적인 약속을 핑계로 후닥닥 강의를 끝내고 퇴장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멋진 행사를 준비해 주시는 김에 행사에 참여한 청중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시면 안될까요?
행사 시작 전에 가졌던 감사하는 마음은 온데 간데 없고 불쾌함만 가득했던 행사가 되었습니다.
50분 동안 주최측의 자화자찬을 들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도 가지 않았을 겁니다.
** 혹시 해서 덧붙입니다.
이 리뷰는 공연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공연 전 50분 동안 참고 견뎌야 했던 무례함과 그것으로 인한 불쾌함에 대한 의견입니다.
7시 50분부터 시작한 '시와 노래의 만남'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