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식사동 - 공양왕의 삽살개 이야기
공양왕이 이성계를 피해 아내 노씨와 세자였던 아들 석(奭)과 세 딸, 그리고 아끼던 삽살개를 데리고 고양의 견달산에 머물렀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사방이 캄캄해지자 왕의 가족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때 산 저쪽에 불빛이 하나 보였습니다.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가니 그 곳은 절이었습니다. 공양왕은 스님에게 "오갈 데 없는 전 아무개란 사람입니다.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겠는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스님은 왕을 물끄러니 살피다가 "천하의 주인이 집도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셨는지요." 하며 공양왕의 가족을 절에 머물게 하였습니다.
얼마 후 스님이 헐레벌떡 뛰어와 이성계 무리들이 이 절로 달려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려의 왕이 이 고을에 머문다는 소문을 듣고 탐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절망하는 공양왕에게 스님은 "견달산 아래에 아무도 찾지 못하는 암자가 있으니 거기로 피신하십시오." 라고 말했습니다. 왕은 "삽살개는 포획하지 않을 테니 이 절에 놓아두겠습니다." 하고 가족들과 암자로 피신했습니다.
암자는 사람의 발길은 없어 안심이 되었으나 사족들은 사흘 동안 굶주려야만 했습니다. 사흘 후 암자로 다가오는 발걸음에 공양왕 가족은 숨을 죽였습니다. 다행이 스님이 이성계 무리들의 감시를 피해 겨우 밥을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스님이 내려간 후 며칠간 소식이 없었습니다. 다시 암자로 다가오는 발검음 소리를 듣고 공양왕이 반갑게 뛰어나가니, 건장한 관원 몇 명이 오랏줄을 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압송되는 공양왕이 절을 지날 때 삽살개가 다가와 꼬리를 부볐습니다. 개는 낑낑거리며 절 앞에 있는 연못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왕을 보살펴준 스님이 밥그릇을 품은 채 죽어있었습니다. 삽살개는 왕이 있는 쪽을 돌아보고 연못 속으로 뛰어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식사동은 왕에게 밥을 날라다 주던 절 이름을 마을 이름으로 삼을 곳으로 공양왕릉 앞에는 작은 연못과 삽살개 석상이 조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