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의 장로' 피사로의 따뜻한 가정 엿보기
카미유 피사로_창밖의 풍경, 에라니 쉬르엡트_1888
카미유 피사로의 아들 루시앙은 자신이 살았던 에라니의 집을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 아버지는 굉장한 선생님이었다.
절대 학생에게 자기 자신을 강요하지 않았다.
에라니의 우리 집은 예술적 분위기로 흠뻑 젖어 있었다.
- 루시앙 피사로-
피사로는 자신의 집에서 집안일을 돕던 여인 줄리아와 사랑에 빠져 32세때 그녀와 함께 살게된다.
그 후 피사로와 줄리아 사이에서 일곱명의 자식이 태어난다.
피사로는 가족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다. 일곱명의 자식중 두명의 딸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남은 다섯 자식들에게 직접 미술을 가르쳤다.
그리하여 루시앙, 조르쥬 앙리, 펠릭스, 루도빅 로도, 폴 에밀 모두 예술가가 되었다. 그의 자식들이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인 피사로의 영향이 가장 컸다.
피사로는 미술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고루한 미술교육에서 벗어나길 바랬고, 그로인해 미술 아카데미가 아닌 에라니에 자리한 피사로 자신의 집에서 직접 미술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피사로의 자식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 이름인 '에라니'를 따서 그들 스스로를 '에라니 파'라고 명명하여 화파를 만들었고, 꾸준히 서로 돕고 때로는 경쟁하며 아버지에게 미술 교육을 받았다.
피사로 손녀인 오로비다의 모습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인물은 피사로의 손녀딸인 오로비다 피사로이다.
오로비다가 앉아 있는 곳이 바로 피사로의 집으로, 벽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작품을 통해서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벽난로 위의 거울을 통해서도 사진을 찍은 반대편의 벽에도 역시 작품들이 수없이 걸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사로가 이 집에서 자식들의 교육을 할 당시에 모네, 마네, 세잔, 고흐 등 당시의 화가들이 피사로의
집을 드나들며 자식들의 미술 교육을 틈틈히 해 주었다고 한다. 피사로의 자식들은 당대의 가장 살아 있는 교육을 받은셈이다. 루시앙 피사로의 말대로 예술에 흠뻑젖은 집이라는 것을 실감해 본다.
카미유 피사로가 그린 <창밖의 풍경, 에라니 쉬르 엡트>는 피사로가 조르주 쇠라와 폴 시냐크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의 영향을 받아 점묘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피사로의 가족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피사로가 이 시대에 그린 작품 중 가장 강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2008년의 끝자락에서 피사로의 작품은 자식들에게 예술의 정신적 지주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아버지가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해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