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전악장을 실제 연주로 들을 기회가 나에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음반을 통해 들었으며, 음반 역시 꽤 오래전 녹음이 되었거나 리마스터링 된 음반을 주로 듣고 있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운명 심포니"에 대한 박자 관념이 소수의 지휘자 악상에 길들여져 있었다는걸.... 오늘 정명훈 지휘자의 도쿄필의 첫 박 8분쉼표와 8분음표에서 느낄수 있었다. 도쿄필이 들려준 베토벤 sym no.5 는 분명 군더더기 없는 박자와 악상, 동시에 힘이 응축된 시작을 열어주었다. 1악장의 템포는 그동안 들었던 많은 지휘자들의 "그것" 과는 다른 색깔이 분명했으며, 담백하지만 굳건한 조직력의 힘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2악장으로 넘어가면서 마지막 엔딩까지 확실한 하나의 호흡. 많고많은 연주자와 그들이 내뿜는 악상, 그리고 지휘자와의 끈끈한 믿음은 분명 내가 들었던 다른 운명 교향곡과의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연주였다. 정명훈 지휘자의 지휘는 언제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지휘봉을 그려주는 악단의 음악은 언제든 그들이 그동안 들려주던 음악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고, 악기, 연주자, 지휘자, 그리고 청중들까지 모두 하나의 움직임과 설득력으로 중무장이 되는 "덩어리 음악"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아람음악당에 모였던 수많은 우리들은 모두 정명훈이 들려주는 베토벤의 이야기에 설득당하고, 이해하며 감동받고 박수쳤다. 같이 숨을 참으며, 같이 긴장하며, 같이 릴랙스 되는 과정을 모두 함께 하고 있었다. 고맙고 행복한 순간이다.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정명훈. 그의 말없는 에너지에서 같이 느끼고 흥분했던 엔딩을 잊을수 없을것이다. 도쿄필하모닉 현악부의 풍성하고 기름진 소리들, 어떠한 타협도 하지않을 탄탄하고 부드러운 저음부에 역사와 전통을 통한 도쿄필하모닉의 실력을 한껏 느낄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도 그치지않는 빗속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과 언어를 머릿속에 올려보았다. 행복한 저녁이었음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공연을 우리집앞 공연장에서 보고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마지막으로 적어본다. 부디 이루어지기를!!
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