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한러수교20주년기념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 유지연 등 발레 갈라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한러수교20주년기념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 유지연 등 발레 갈라 >
한러수교20주년기념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중 ‘발레 갈라(Ballet Gala)’ 공연이 지난 11월 1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있었다. 모두 4개의 소품 - 사실은 일부 작품은 소품이라기보다는 거의 완벽한 하나의 완성된 ‘공연’의 모습을 보인다 - 들을 선보인 이날 공연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의 키로프발레단이 완벽한 고전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현대발레 작품에도 큰 관심을 가지는 발레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린스키극장이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지만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미국 발레의 아버지가 된 조지발란신이 안무한 < 스코틀랜드 심포니 >는 8쌍의 남녀 군무들이 상쾌한 움직임을 이룬다. 군무들 사라지고, 검정의상의 남자와 연분홍 로맨틱 튀튀의 여인의 2인무가 선명하고 맑게 이루어진다.
다시 연분홍 의상의 8여인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이루고 있고, 스코틀랜드 남자치마를 입은 8남성이 큰 점프의 움직임을 이룬다. 남녀 군무들이 완벽한 대칭을 창의롭게 이루고 있을 때, 주역 남자가 주역 여자를 어깨 위에 올린 상태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화려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맑고 깨끗한 움직임을 선명하게 만들어 나가던 네오클래식 발레 작품이었다.
이어진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의 상임안무가였던 제롬로빈스 안무의 < 인 더 나잇 >은 사실은 평자가 작년(2009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직접 방문했을 때,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야축제 발레 갈라 공연 중 하나로 이미 본 작품이었다. 그 당시 평자는 마린스키발레단의 이 작품 공연을 보고 “이번 평자의 러시아 방문 동안에 본 소품을 포함한 20-30여개의 발레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는 평론을 쓴 적이 있다.
별 밤의 무대에서 맑은 피아노 실황연주 속에 남자 1명이 가슴을 시리게 하는 움직임을 이루고 있다. 다시 한 여인이 나타나 남자의 기품 있는 스포팅을 받으며 맑은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다시 적갈색 원피스의 여인이 티셔츠 차림의 남자와 긴장감 넘치는 움직임을 이루고 있다. 계속해서 검정 원피스의 여인과 회색 의상의 남자가 견고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이룬다.
3개의 서로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지니는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다. 서로 갈등을 이룬 듯이 몸서리치며 좌우로 흩어졌다가도,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3쌍 모두가 모여 아다지오의 느린 음향 속에서 격렬한 사랑의 움직임을 병렬시키면서 마무리되고, 객석의 큰 박수가 이어진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미국 안무가의 안무에 맞추어, 러시아 무용수들이 움직이고, 한국 관객들이 감동을 받은 이 공연이야말로 진정한 국제문화교류가 아닐까? 이어진 포킨 안무의 < 빈사의 백조(Dying Swan) >는 우리나라 출신의 유일한 - 사실은 아시아 전체를 통해 유일한 - 마린스키발레단 단원이었던 유지연의 은퇴를 기념하는 독무 공연이었다.
발레리나가 백조로 죽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발레리나로서 영원한 불멸의 세계로 간다는 것이 될 것이다. 등을 뒤로 한 유지연이 낮게 깔리는 첼로 음에 맞추어서 두 팔을 움직이면서 부레부레하며 이동하고 있다. 몸을 낮추어 앞으로 숙였다가, 다시 퍼덕이는 날갯짓을 맑고 싱그럽게 이룬다.
다시 한 없이 선명하고 깨끗한 움직임을 이루다가, 백조는 엎드려서 영원의 삶으로 가고 있고, 평자를 포함한 모든 객석의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 활약한 유지연의 예술적 활동과 업적은 우리 모두가 영원히 잘 기억하고 있어야하고, 앞으로 그의 소중한 경험을 우리나라 발레의 올바른 발전에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휘날레 공연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발레’라고 하는 프티파 안무의 < 파키타 중 그랑 파 > 공연이었다. 군무와 솔리스트 등이 등장한 다음, 흰색 튀튀의 주역이 들어서서 카리스마 넘치는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 14명의 주역 급 솔리스트들과 군무들이 도열해 있을 때, 남녀 주역 2명이 이루는 포즈는 세계적이다. 지금 객석에서는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의 앙상블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상의 의상을 입은 6명의 솔리스트들이 맑은 대각선 도열을 이룰 때, 남자 주역이 여자 주역을 하늘 높이 리프팅하자 객석의 큰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다시 솔리스트들의 화려하고도 사랑스러우면서도 청순한 움직임들이 이어진다. 다시 솔리스트 중 한 명의 독무가 이루어지는데, 그 움직임의 우아하고 아름답고 강인함 때문에 무대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평자를 포함한 객석의 모든 관객들은 지금 현재 세계 최고의 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주역 여자가 나와 우아하고 정확하고 힘 있는 움직임을 완벽하게 이룬다. 다시 남자 주역이 나와 허공에 경쾌한 가브리올을 이루어나간다. 여자 주역의 32회전 회떼 동작도 정확히 수행된다.
주역들이 솔리스트들과 군무들과 함께 좌우 대칭을 이루는 코다 움직임을 화려하게 만들어 나가며 마무리되던 이 작품의 공연은 이날 마린스키발레단의 발레 갈라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되며, 이날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 온 관객들은 정말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뛰어난 기량의 클래식발레 소품을 직접 공연장에서 만나는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송*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