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피가로~ 피가로~....로 유명한 아리아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가을 초입 퇴근길을 서둘러 고양 아람누리 앞에 도착했다. 항상 문제가 시간대이다. 뭘 먹고 가야 잘 볼 수 있을까? 배불리 먹으면 졸립고, 적게 먹으면 저절로 흥이 사그라진다. 이번엔 순대국. 적당한 양의 순대국을 먹고 나니 힘이 솟는다. 금요일 밤의 예술 관람은 직장인에게 큰 시련이면서 도전이며 또한 즐거움이다. 내일이 있기에 말이다. 오케스트라를 몇 발자욱 앞에 두고 집사람과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앞자리여서 피가로의 재잘거리는 목소리, 백작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술과 철면피같은 연기력과 테너다운 맑고 고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집사람은 얼굴 표정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고 거든다. 노인네와 같은 주저리주저리, 4-5인의 속사포같은 아리아, 그리고 갑작스러운 한국말 하나, 둘, 셋! 이 모든 것이 희극적이고 가벼운 오페라를 추구한 로시니의 음악 세계와도 맞닿아 있었다. 로지난 이뻤고 백작은 머리가 컸고 웃긴 얼굴이었다. 둘의 이중창은 진지하면서도 큰 웃음을 주었다. 오페라가 이리도 재미있었나? 어느새 엄숙함과 진지함을 버리고 그냥 즐겨버렸다. 졸음은 이미 천리밖으로 달아났고 몰두에 웃음에 해악에...그냥 즐거운 소품이었다. 13일만에 완성한 로시니의 재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름다운 서곡에 반가웠고 흥겨운 극 전개와 악기 소리를 닮은 성악가들의 능수능란한 목소리에 놀랐다. 가을밤 서늘한 밤바람은 한껏 흥분된 감정을 사그라뜨렸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에 건배한 맥주 한 잔은 저마다의 오페라 감상평에 녹아들어 취기를 잔뜩 띄웠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이에요!
박*역